“공천 과정 투명해지게 국민참여 배심원제 도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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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호 10면

정병국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계 출신이다. 17대 국회에선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불리며 당 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연 기자

정병국(52·3선) 의원이 6·2 지방선거를 지휘할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됐다. 그는 “깨끗하고 투명한 공천, 공정한 룰에 의한 공천, 이를 통한 유능한 인재 발굴”이란 이번 지방선거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공천을 위해 국민 참여 배심원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시민 참여 배심원제’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국민참여 배심원제란 지방 의원 비례대표나 단체장 후보를 당에서 추천한 배심원들이 뽑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나라당 지방선거 사령탑 정병국 사무총장

당초 정 총장은 자신의 총장직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입각이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활동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는 국회 입성 후 10년째 문방위에서만 상임위 활동을 한 ‘문화 전문가’다. 그를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광역단체장 후보 거의 경선
-사무총장이 아니었다면 차기 문방위원장이나 장관 후보로 유력하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솔직히 총장 제의가 왔을 때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많은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직접 집행하는 일도 해 보고 싶었고 문방위원장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더라. 지방선거가 정국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선거 경험이 많은 이가 총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당이 원한다면 개인적인 부분은 접고 당과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않겠나.”

-취임 일성으로 ‘계파 구분 없이 원칙에 따라 공천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깨끗하고 투명한 공천, 공정한 룰에 의한 공천, 유능한 인재 발굴이란 원칙을 세웠다. 현재 국민 참여 배심원제 도입을 위해 당헌·당규를 바꾸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당헌·당규에는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에 있어 원칙이 경선이고 30% 이내에서 전략 공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략 공천 대상자나 비례대표 후보자의 경우 국민 참여 배심원제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도입된다고 보면 되나.
“그렇다. 이 문제에 대해 큰 이견은 없다.”

-배심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공정성 시비가 일 수도 있지 않나.
“배심원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논의 중이지만 30명 정도….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지역 명망가나 지명도 있는 사회인사들을 모시려고 한다.”

-광역단체장 공천에 배심원제가 적용되나.
“광역단체장은 거의 경선으로 후보를 뽑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심원제는 나머지 일부에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유세에 나설지가 관심이다.
“만약 유세에 나오면 당으로 봐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일 거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전적으로 박 전 대표가 결정할 문제다.”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엷어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박 전 대표와 만날 생각은.
“이미 본회의장에서 (사무총장이 됐다고) 인사를 했다. 수시로 찾아뵐 생각이다. 나는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임명해 당 홍보기획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당의 귀중한 자산이다. 늘 의논을 드릴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목표가 있다면.
“수도권에선 모두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 과반 승리가 가능하다.”

10년 문방위 활동한 ‘문화 전문가’
-줄곧 문방위에만 있은 이유가 뭔가.
“국회의원을 하기 전부터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의원이 되고 나서도 문화가 갖는 힘을 절실히 느꼈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미래 성장동력원이 문화라고 봤다. 실제 ‘아바타’란 영화나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 않으냐. 16대에서 문방위만 하다 17대 중반에 상임위를 바꾸려 했다. 정치인은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내가 다른 곳으로 가려 하니 문화계 인사들이 못 가게 하더라. 오래 함께 있다 보니 현장 문화활동가들을 많이 알게 됐고 그들과 동지가 됐다. 그분들이 남아 달라고 해 어쩔 수 없었다.”

-누구와 특히 가까운가.
“너무 많다. (웃으며) 몇 사람만 이름을 대면 난리가 난다.”

-정치 스타일이 남다르다는 평이 있다.
“정치를 잘 못하는 거다. 솔직히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일만 열심히 했다. 지역구 관리도 잘했다. NGO 평가에서 10년 연속 의정 활동 우수상도 받고 했다. 하지만 그게 정치의 다는 아니더라. 정치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선후배 정치인이나 언론 등과의 접촉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일만 강조한 것 같다. 3선이 됐고 사무총장이 됐는데 혼자 일해 봐야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비전은 있나.
“우리가 소장파일 때 주장한 것이 디지털 한나라당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것도 과거가 됐다. 이제 추진하고 싶은 것은 스마트 한나라당이다. 디지털이 쌍방향이면 스마트 시대는 3D다. 융합의 시대다. 당이 시대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고 항상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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