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83억원 중소기업에 1조원 넘게 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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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호 26면

2010년 증시의 최대 이슈는 공모주 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이 다음 달 2조원 규모의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고 삼성생명(4조원)·포스코건설(1조원) 등 다른 대형주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란 세미나에서 “올해 공모 금액은 10조원 이상, 공모 기업은 중소기업을 포함해 최대 100개 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너무 달궈진 공모주 투자 열기

공모주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돈도 ‘풍년’이다. 지난달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기업 중 네 군데에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지역난방공사(2조4880억원)를 비롯해 선재 가공업체 영흥철강(1조3272억원),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업체 모베이스(1조3328억원), 휴대전화 인증서 보관 서비스 업체 인포바인(1조1749억원)이다. 이 중 지역난방공사는 안정적인 실적(2008년 매출액 1조1900억원)을 올리는 공기업이라 공모 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긴 했다. 하지만 2008년 매출액이 83억원에 불과했던 인포바인의 청약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그만큼 공모주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주가가 해외 변수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며 변동성이 커지자 공모주 청약에서 대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돈도 공모주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최근 내부 운영규정을 고쳐 공모주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도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가에 관심 집중
최근 공모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생명의 공모 시기와 가격이다. 회사의 공식 입장은 “다음 달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을 승인한다면 4월 중 주식을 공모하고 5월 초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장에선 3월 상장설까지 나오지만 물리적으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혹시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늦어진다면 이후 일정도 따라서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 공모 가격 등은 상장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규정상 상장 신청 서류를 접수하고 두 달 안에 심사 일정을 회사 측에 통보하게 돼 있다”며 “현재 서류 검토 단계여서 구체적인 심사 일정 등은 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장외시장 주가를 감안할 때 삼성생명의 공모가는 100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회사는 지난달 20일 주주총회에서 주식의 액면가를 10분의 1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따라서 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한 공모가는 10만원 이상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주주를 제외한 상장의 최대 수혜자는 1990년대 이전에 입사한 삼성생명 직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99년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직원들에게 주당 5000원에 128만 주를 나눠줬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우리사주조합에는 55만5591주가 남아 있다. 주당 100만원으로 계산한다면 5555억원 이상이 직원들에게 상장 차익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99년 당시에는 연공서열에 따라 차등 지급이 됐는데, 적게는 4주(신입사원)에서 많게는 250주(부장급)까지 받았다고 한다. 현재 차장급 간부가 아직까지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150~170주 정도를 갖고 있다. 주당 100만원으로 친다면 1억5000만~1억7000만원을 ‘상장 보너스’로 받는 셈이다.
과거 우리사주조합이 없었던 대한생명 직원들은 상장 차익을 누리지 못한다. 현재 이 회사 주식은 한화그룹(지분율 77%)과 예금보험공사(33%)가 모두 갖고 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주식 공모를 할 때는 우리사주를 받겠지만 1년간 팔지 못하고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주+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소액 투자자라면 직접 공모주 청약 외에 공모주 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워낙 높아 웬만한 금액으로는 공모주 투자에서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코스닥에 상장한 우리넷의 청약 경쟁률은 726대 1을 기록했고, 같은 달 25일 코스피에 상장한 영흥철강은 491대 1에 달했다. 1000주를 청약해도 고작 1~2주밖에 배정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공모주 펀드는 기관투자가로 분류되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다만 펀드 운용사의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공모주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증권사의 계열 자산운용사는 공모주 청약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공모주 펀드의 유형은 채권 혼합형이 일반적이지만, 간혹 공모주 하이일드도 있다. 채권 혼합형은 고객이 맡긴 돈을 주로 일반 채권에 투자하되 일부를 공모주와 상장 주식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공모주 하이일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고수익’ 채권과 공모주에 함께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10억원 이상 공모주 펀드는 87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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