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마다 기미오-루이나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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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芮9단 허허벌판 중앙에 모험수

제3보 (46~72)=46으로 대마가 완생하자 초점은 중앙으로 옮아간다. 중앙 세력을 집으로 만들기 위해 둥그렇게 에워싸는 것은 어리석음의 표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마땅한 공격목표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나.

芮9단은 과감했다. 흑▲는 뛰어나오면 살 수 있다. 그런데 47과 48을 교환해 이 한점을 죽여버린 것은 실전에선 참으로 망설여지는 작전이다.

그 다음 49 역시 '잔돈' 에 대한 미련을 버린 수. 귀를 파고드는 작전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깨끗이 50의 알토란같은 실리를 넘겨주고 있다.

芮9단은 어찌보면 허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칫하면 지푸라기만 움켜쥘 수 있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52, 54로 탐색하다가 56으로 푹 들어왔다. 벙벙한 중앙인지라 서로 어렵다. 그러나 야마다의 특기는 온기 하나 없는 거친 산중을 헤매며 집모양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일본 바둑치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잡초류' 그 자체인 것이다. 57 씌워 감각에 의존하는 난해한 공중전이 시작됐다. 야마다는 58로 어깨를 짚고 60, 62를 선수하며 근근이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그 사이 중앙과 상변에 흑집이 슬금슬금 굳어진다. 놀라운 솜씨다.

별로 어려워보이지 않는데 흑이 그대로 골인할 것같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69, 71로 좌변마저 정리하려고 하자 야마다가 72에 탁 붙이고 나섰다. 날카로운 한수. 고착되어가는 형세를 거부하며 격렬히 판을 흔들고 있다.

'참고도' 백1, 3으로 두면 보통인데 이때의 계산은 어찌될까. 백집은 약 60집. 흑집은 좌변에 10집만 나도 70집이 휙 넘어선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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