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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묘문화, 혁신적 발상 전환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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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산림청은 수목장실천회의 강력한 건의를 포함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경기도 양평에 17ha(약 5만 평)의 수목장림 ‘하늘 숲’을 2009년에 완공, 개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 수목장림은 일반의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불법 혹은 불량 사설(私設) 수목장 나무들이 고액으로 거래되는 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불량 수목장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공 수목장림이 많이 생겨나야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그 몫을 맡아야 한다. 2007년도에 개정 시행되고 있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묘지의 증가로 인한 국토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과 자연장의 확산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2100만 기의 묘지가 전 국토의 1%인 1000㎢를 차지해 있고, 거기에 매년 20만 명이 사망해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9㎢씩을 더 잠식하고 있다. 후손에게 아름다운 산림을 물려 주기 위해서는 이제 자연장으로의 장묘문화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과제라 하겠다. 한때는 납골묘가 대안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 자연 파괴와 환경 훼손이라는 점에서 분묘에 못지않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돌로 장식된 납골시설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연으로 회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장 중에서도 수목장은 산림을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이 어차피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치에 순응한다면 죽은 자는 나무에 비료가 되고 산 자(후손)가 그 나무를 돌보고 가꾸는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단순한 산골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조상 숭배의 전통을 중시하는 우리 가족제도에서는 어쩐지 허전한 감을 준다. 그 모자라는 2%를 조상나무가 채워주지 않을까. 이름만 가볍게 표시되는 수장목은 성묘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가꿔나간다면 오래도록 추모의 정을 깊게 간직할 것이다.

사람은 품위 있게 죽을 권리(안락사)와 함께 환경 친화 장례(eco-dying)를 동시에 누릴 시기에 살고 있다. 이것은 살아 있는 동안 가족과 친지에게 알려주고 유언(遺言)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이런 소신으로 산다 하더라도 본인 사후에 가족이나 주위에서 실행해 주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수목장 실천운동은 유서(遺書) 남기기 운동과 병행하고 있다.

조남조 한국수목장실천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