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돕는 '아줌마 통역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알라가 당신을 지켜줄 것이요'라던 남편의 말이 가장 큰 의지가 되고 있어요."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위치한 자이툰 부대에서 만난 '아줌마 통역관' 박인숙(38)씨는 이라크에 오도록 허락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결혼 10년차 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박씨는 "아랍어를 전공한 사람을 나라에서 찾는다고 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이라크로 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이툰 부대원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그가 아르빌로 오기까지는 고비도 많았다. 우선 수단인으로 명지대 아랍어과 교수인 남편 이마드 알딘 무하마드가 완강하게 반대했다. 아랍인인 남편은 이라크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어 처음에는 이혼하자고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씨의 고집에 남편도 마음을 돌렸고, 지난 3월 아르빌로 떠나기 전날 남편은 박씨의 손을 잡고 "당신을 위해 매일 알라께 기도하겠소"라고 말했다.

군복 입은 엄마의 모습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들며 좋아하는 두 아들과 남편을 뒤로 한 채 박씨는 바로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로 향했다. 서희.제마부대의 의료활동도 지원하고 북부 아르빌로의 이동 작전을 돕기 위해서였다. 지난 8월 말엔 아르빌에 도착해 주둔지 건설 초기부터 자이툰 부대원과 현지 관료 및 경호 지원팀 간의 통역을 맡았다.

박씨는 아르빌에서도 또 언어공부를 시작했다. 쿠르드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박씨는 "지식인이나 정부 관리들은 아랍어를 잘해 큰 문제가 없지만 쿠르드어를 써주면 너무나 좋아하는 지역주민과의 친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을 돕고 희망을 주는 것이 자이툰 부대의 임무"라고 그는 강조했다.

66년생 '백 말띠'인 박씨는 외국어대 아랍어과와 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수단에서 5년 동안 유학하던 중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귀국 후에는 예멘,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한 아랍국 공관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해 왔다.

아르빌=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