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술관, 도자기 빚듯 곡선 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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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의 세 전시장을 각기 설계한 3명의 건축가가 1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박종근 기자

세계 건축에 눈이 좀 뜨인 이에게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프랑스의 장 누벨, 네덜란드의 렘 쿨하스 3명의 건축가가 모인 자리라면 가보고 싶은 구경거리일 수 있다. 12일 오후 서울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 이들의 기자회견이 장바닥처럼 시끌벅적했던 건 이름값에 더해 13일 문을 여는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을 설계한 3인3색 건축가였기 때문이다. 생긴 것만큼이나 건축언어도 각기 다른 세 건축가는 "갈등없이 협력과 이해로 공동작업을 재미있게 진행한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고 입을 모았다.

고미술 전시장인 뮤지엄1을 맡은 마리오 보타(61)는 "한국 도자기를 빚은 도공의 마음을 따라 관람객이 산책하듯 즐길 수 있게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구성했다"고 설계의 뜻을 밝혔다. 언덕 위에 깃발처럼 솟은 테라코타 타일 외관이 미술관임을 알리는 봉화 구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머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 누벨(61)은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뮤지엄2를 "한국의 자연 풍광에서 발견하고 배운 조화로 꾸몄다"고 털어놨다. 설계 준비로 수십 차례 한남동 터를 드나들면서 암석 지반과 주변에 자라는 식물과의 관계를 눈여겨본 그는 건물 내부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자연을 볼 수 있게 했다.

기획전시용 공간인 '블랙 박스'와 아동전시실로 이뤄진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의 설계자인 렘 쿨하스(60)는 "아시아의 한 도시에 우리 건축 표현을 남기게 돼 기쁘다"는 말로 도시에 개입하는 건축의 영향력과 건축가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치.경제가 건축과 어떤 역학관계에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최근 아시아에서 특히 유별나게 보이는 도시 변화의 현상이 건축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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