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중국읽기] 望京의 “차이나드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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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도 北京을 방문한다면 한국인 집단거주 지역인 차오양(朝陽)구의 왕징(望京)에 가 보길 권한다. 왕징은 본래 인근 하이로우(懷柔) 와 순이(順義)와 같이 회유되었거나 귀순한 유목 민족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최근까지는 야채밭과 과수원으로 베이징 시민의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공급해 왔다.

베이징 시정부는 1990년대 초 공기 좋은 평지이면서 서우두(首都)공항과도 멀지 않아 주거입지조건이 좋은 왕징에 30만가구의 현대식 고층 아파트를 지었다. 베이징의 뉴 타운(新城)이었다. 당시 한중 수교이후 급격히 늘어 났던 베이징의 한국인을 위한 새로운 주거지역이 나타난 것이다. 왕징의 현대식 새 아파트는 한국인에게는 베이징의 강남이었다.

왕징의 신축 아파트촌에 수 많은 한국사람이 입주하면서 코리아 타운(韓國城)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왕징으로 가자고 하면 택시 운전수는 대뜸 한국사람으로 알아 볼 정도이다. 왕징에 사는 한국인들은 한국 음식점 한국식 슈퍼마켓등 한국에 있는 것은 모두 다 있다고 자랑한다. 간판도 대부분 한글로 되어 있어 중국어를 몰라도 왕징에 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서울의 아파트촌처럼 배달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 우유 한팩도 배달이 될 정도라고 한다. 왕징에서는 위성 안테나로 24시간 한국의 케이블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소식을 한국에 있는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왕징에 있으면 마치 서울에 와 있는 것처럼 착각에 빠진다고 한다.

한국국제학교가 왕징으로 새로이 신축 이전하였다. 현대식 건물에 유치원부터 고3까지 한국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인근의 중국인들도 놀란다. 왕징에는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교도 많다. 중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 중국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서다. 한국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살다보니 동포인 조선족도 많이 산다. 이곳에 한국인 10만에 조선족 15만이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왕징은 한국인의 “차이나드림” 현장이라고도 한다. 중국은 13억 인구에 지구상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우리의 전체교역 20%이상이 중국과 이루어 지고 있다. 경제적인 면 뿐만이 아니라 중국은 한국과 가까우면서 문화가 유사하고 한류의 효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비교적 높아 한국사람이 한국을 떠나서 가장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중국화폐가 절상되어 왕징의 물가가 약간 비싸졌지만 아직도 왕징의 생활비는 국내에 비하면 매우 낮다고 한다.

한중관계가 긴밀 할수록 중국을 다녀가는 한국사람이 늘어난다. “왕징의 차이나드림”이 한국인 사회에 확산되어 더 많은 한국사람이 北京의 왕징에 집을 구하고 있다. 인근 懷柔의 한국공단, 順義에 연산 100만대를 내다보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왕징은 9세기 중국의 산동성에 있던 신라방을 연상케 한다.

왕징 중심지에 걸려 있는 무지개색 아취에 이러한 글귀가 보인다. “왕징에서 지혜를 이용 富를 만들어 내자”( Use Wisdom to Creat Wealth in Wangjing). 왕징에 사는 우리 한국 사람들도 지혜를 발휘하여 富(wealth)를 이룰 뿐만이 아니라 현지 중국인을 서로 도우고 더불어 사는 복지(welfare) 도 창출해야 한다. 왕징은 중국에서도 가장 한국적이며 한중 우호교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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