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매서운 칼바람 유럽공장 20% 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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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제네럴모터스(GM)가 유럽 공장 직원 5명 중 1명을 해고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GM이 연간 5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럽 직원 6만2000명 가운데 1만2000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12일 보도했다.

GM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1만2000여명이 실직에 맞서야 할 것"이라며"하지만 즉각적인 공장 폐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GM의 독일 직원 3만2000명 가운데 6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임금 동결과 근로시간 연장이라는 사용자의 요구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독일 노조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과 스웨덴에 있는 두 개의 GM 공장도 '공장 폐쇄'의 위협을 받고 있다. 두 나라의 노조는 이 공장들이 결국 폐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인력 구조조정은 유럽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GM이 '올림피아'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가 치열한 가격경쟁, 예상보다 약한 시장 장악력 등으로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GM은 올해 유럽시장에서 1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적은 정반대였다. 모건스탠리는 GM이 올해 유럽시장에서 4억6900만달러의 순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GM 경영진은 유럽시장에서 노동 분야를 포함한 각종 규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존 드바인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유럽에서 제조업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서유럽, 특히 독일은 사업을 하기에 너무 비싼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력 구조조정이 독일의 라이벌 회사인 폴크스바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크스바겐이 노조에 제시한 조건(월급 2년 동결과 인건비 30% 감축)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를 GM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4%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협상에서 큰 힘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GM의 구조조정으로 주요 기업의 '탈유럽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릭 왜고너 GM 회장(사진)은 지난달 파리 오토쇼에서 GM 유럽의 실패를 인정하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럽공장을 폐쇄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GM은 1999년 이후 유럽에서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판매 부진으로 3억19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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