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대입공황' 대책마련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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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너무나 쉬운 수능시험에 고득점자가 대량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지원 대학과 학과를 가늠하지 못해 큰 불만을 터뜨리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들은 동점자 처리를 위해 소수점 네자리까지 비교하거나 특차모집 인원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서 초고액 논술과외가 고개를 들고 있다.

◇ 불안한 수험생.학부모=입시기관들의 예상 수능점수 분석 결과가 알려진 17일 고3교무실과 대입 전문 학원마다 지원 가능한 대학을 찾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서울 세화고 3학년 부장 박영규 교사는 " '이 점수면 잘 본거냐.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느냐' 는 학부모 상담 전화만 오늘 하루 수십통을 받았다" 고 당혹스러워 했다.

이날 서울 D학원 상담실을 찾은 D고 학부모 尹모(46)씨는 '3백40점으로는 서울시내 대학에 가기 힘들지도 모른다' 는 학원측의 말을 듣고 눈물을 쏟았다.

尹씨는 "단 한번 시험을 잘못 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 고 말했다.

재수생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논술 특강을 신청하는 학생들로 학원 창구가 북적거렸다.

재수생 金일호(19)군은 "3백90점 이상이 나왔지만 특차로는 불안해 논술 특강을 등록했다" 며 "일단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너무 초조해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 말했다.

◇ 고액 논술과외 들먹=높은 경쟁률 때문에 특차지원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수험생이 속출하자 단기 대목을 노린 고액 논술과외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S大 학생들이 만든 G 논술학원에서는 1회(2시간) 논술지도에 60만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수생 딸을 둔 趙모(48.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씨는 "같은 아파트 학부모를 통해 시간당 30만원짜리 논술과외를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며 "예전 같으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지금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논술과외 경력 7년차인 金모(34.여.서울 양천구)씨는 "수능 다음날부터 과외를 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며 "1대1 논술 지도를 선호하는 서울 강남지역 부유층에선 5백만원까지 부른다" 고 말했다.

◇ 대학 동점자 처리 고심=대학들은 마지막 특차지원이라는 절박감에다 사상 유례없는 고득점자 속출로 인기.비인기 학과 구분없이 동점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대는 수능성적과 학생부성적 등을 반영해 소수점 네자릿수까지 입시 사정(査定)대상으로 삼고 총점이 같을 경우 영역별 수능 성적 순으로 당락을 결정할 방침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수능 점수와 학생부 성적으로 총점을 산정해 동점자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동점자가 생길 경우 특차에서 동점자는 모두 합격시키고 정시모집에서 선발 인원을 제한하는 모집인원 유동제를 적용키로 했다.

한편 일선 고교에서는 학생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졸업시험을 쉽게 출제하는 등 '점수 부풀리기' 가 극심한 실정이다.

정용환.우상균.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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