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 통해 명문학교로” 자율형 사립고 신청 줄이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대구시 대신동 계성고에서 학생들이 야외 수업을 하고 있다. 대구의 첫 자율형 사립고인 계성고는 지난해 말 신입생 선발 일반전형에서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학교는 다음달 자율고로 출범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2011학년도 자율고 지정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경신고(경신교육재단)·경일여고(협성교육재단)·대건고(선목학원) 등 3개 학교가 지원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첫 자율고 신청에는 계성고 한 곳만 신청했다.

시교육청은 이달 안으로 ‘자율학교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서류심사와 현장조사를 한 뒤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다음달 선정학교를 발표한다. 해당 학교는 올 12월 학생을 선발해 내년 3월 자율고로 문을 연다. 평가 기준에 맞을 경우 세 학교 모두 지정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 고교들이 자율고에 관심을 갖는 것은 특성화를 통해 명문학교로 키우려는 의도에서다.

자율고인 계성고에 이어 강동고·경북여고가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되는 등 특성화 학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는 대구시 전역에서 지원한 학생을 대상으로 내신성적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의 학생을 배정하는 일반계 고교와는 다르다. ‘특별한 교육’을 하지 않고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경신고는 수학·과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이 학교 최성용(52) 교감은 “입시 성과로 보면 일반계 고교로서는 정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며 “다시 도약하기 위해 자율고 전환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경신고는 수학·과학 과목의 수업시간을 대폭 늘리고 심화반도 운영한다. 이는 2004∼2007년 서울대 의예과 합격자 수가 전국 고교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연계 학생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이를 통해 의과대·약대·한의대 진학생 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경일여고는 ‘글로벌 여성 리더의 양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인문·자연계열 외에 ‘국제계열’ 1~2학급을 신설한다. 국제계열 학생은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영어강독·국제정치·비교문화 등을 배운다. 또 방과 후 ‘무학년·무계열 학급’을 운영한다.

대건고는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내세운다. 고교 때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좀 더 깊이 있게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전공은 인문·사회, 어문학, 자연, 공학 등 4개 계열로 나눠진다. 해당 계열과 관련이 있는 과목을 개설하거나 관련 교과목의 수강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이두영(55) 교감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육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학교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찾으면 사교육을 시킬 필요도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