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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크로스오버 시도 다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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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독교 신학자가 동양철학을 강조하고, 불교학자가 선(禪)의 세계를 서양철학으로 해석하는 책을 각각 내놓았다.

신학자인 강남대 김흡영 교수는 '道의 신학' (다산글방)이란 책에서 새로운 기독교 신학의 대안을 동양철학에서 찾고 있으며, 승려출신 불교철학자 변상섭씨는 '禪-신비주의인가, 철학인가' (컬처라인)란 책에서 서양의 실존주의 철학과의 비교를 통해 선불교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이같이 동서고금과 교파를 넘나드는 주장은 보수적인 종교풍토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시도들로 주목된다.

김교수는 책의 첫머리에서 "한국신학은 서구신학의 노예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국적 맥락에서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해석을 해야한다" 며 신학의 한국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김교수는 이같은 맥락에서 한국장로교의 뿌리인 칼빈 신학을 한국성리학을 대표하는 퇴계 이황의 유학과 비교한 뒤 "칼빈과 퇴계는 일맥상통하며, 신학의 한국화를 위해서는 유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김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칼빈이 주장하는 '신(神)' 과 퇴계가 주장한 '천(天)' 은 인간이 추구하는 초월적 상징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것이다.

인간과 초월적 상징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도 같다. 즉 칼빈이 "인간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형상이 있다" 고 한 것은 곧 퇴계의 "인간은 하늘(天)을 비추는 거울" 이라는 말과 마찬가지가 된다.

칼빈이 주장한 "하나님이 준 인간 본성" 은 곧 퇴계가 말하는 이(理)에 해당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칼빈이 말한 인간의 본성 4가지, 즉 지(智.wisdom).덕(德.virtue).의(義.justice).성(聖.holiness)은 퇴계가 강조한 인간본성 4가지 인(仁).의(義).예(禮).지(智)와 일맥상통한다.

세상살이에서 타락한 인간이 이같은 본연의 덕목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타내기위해 칼빈이 내세운 '경건(pietas.하나님을 경외하는 것)' 이란 개념은 퇴계가 주장한 수행의 방법, 즉 '천명을 따르자는 마음' (敬)과 다르지 않다.

김교수는 결론적으로 "이같은 성리학의 전통이 있었기에 칼빈 신학이 한국인들의 정서와 생리에 맞아 급속히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며 "앞으로 한국 신학은 동양철학의 도(道)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신학으로 태어나야한다" 고 주장했다.

한편 변상섭씨는 책에서 "선불교는 결코 신비주의가 아니라 서양철학보다 우수한 철학" 임을 주장했다.

그는 선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세계는 신비주의라고 치부할 영역이 아니라 서양의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찾고자했던 '존재(sein)' 와 '무(nichts)' 의 세계와 같은 철학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서양철학의 경우 논리적인 개념을 통해 추론하는 방법만 사용함으로써 모든 개념을 버려야하는 깨달음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반면 불교는 참선을 통해 모든 세속적 개념을 버림으로써 깨달음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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