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컴'에 감히 광고물을 띄워" 미국, 애드웨어와 전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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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 의회가 '애드웨어(ad-ware)' 뿌리뽑기에 나섰다. 애드웨어는 사용자의 허락 없이 광고창을 띄우는 불법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애드웨어로 골머리를 앓자 미국 컴퓨터 업계는 물론 정부와 의회까지 나서 이를 퇴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S사는 빌 게이츠 회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퇴치방안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WP에 따르면 빌 게이츠 회장은 최근 실리콘밸리의 기술진들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도 않은 내 컴퓨터에 애드웨어 프로그램이 몰래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컴퓨터도 애드웨어에 노출된 사실을 공개했다.

애드웨어가 '소프트웨어 황제'의 컴퓨터에까지 침투한 것이다. 실제 MS사는 가장 심각하게 각종 애드웨어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도 팔을 걷고 나섰다. 메리 보노 하원의원은 자녀의 컴퓨터가 애드웨어에 감염된 것을 계기로 '애드웨어 퇴치법안'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소비자들을 속이는 애드웨어를 유포할 경우 최고 300만달러(약 34억5000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소프트웨어 업체가 자사 제품에 애드웨어가 몰래 첨부됐을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분명하게 알리도록 했다. 미 하원은 또 애드웨어 퇴치방안 마련에 100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미 법무부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처럼 미국 전역이 애드웨어 퇴치에 발벗고 나선 것은 해킹.바이러스.쓰레기메일에 이어 애드웨어가 컴퓨터 사용자를 괴롭히는 골칫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 국토안보부와 기술업체의 제휴 단체인 전국사이버보안동맹(NCSA)은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의 90%가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애드웨어 프로그램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수백만달러의 수리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 컴퓨터의 경우 최근 1년새 애드웨어와 관련해 고객상담이나 방문수리를 한 건수가 10~15% 늘었다.

애드웨어가 깔리면 컴퓨터를 자기 의도대로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작업처리 속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심하면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애드웨어를 근절할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초고속전용선 대신 일반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장세정 기자

*** 애드웨어란

마케팅이나 상품 광고를 노린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된 불법 프로그램을 일컫는 용어. ‘스파이웨어(spy-ware)’라고도 불린다. 메신저 프로그램,비디오 플레이어,파일공유프로그램 등을 다운로드 받을 때 덩달아 다운로드되는 경우가 많다. 이따금씩 뜨는 일반 팝업(pop-up)광고와 달리 하드디스크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광고 창을 지속적으로 띄우거나, 임의로 특정 웹사이트로 연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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