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 아니면 황소 10마리를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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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가 아니면 황소 10마리를 드립니다' '쇠고기 국물은 무한 리필'

요즘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육회집의 카피문구다. 200g에 1만 5000원 정도 하는 육회는 ‘불황 속 서민들에게 고가의 한우를 값싸게 공급한다’는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서울시 전철 3호선 약수역의 한 육회집에서 만난 이원구(45세, 구로동)씨는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쇠고기 육회를 맛볼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육회전문점을 낸 지 한 달이 됐다는 김경식 사장(육회달인 약수역점)은 “하루에 70만원에서 8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7월부터 생긴 프랜차이즈 육회집이 전국적으로 300여 개가 넘는다”며, “그전에 비하면 10배 이상 신장한 추세”라고 얘기했다. ‘조개구이’, ‘찜닭’, ‘테이크아웃 커피’ 등 과거의 스타상품에 비교할 만하다.

정말 한우인가?

현재 모든 음식점에는 식재료의 원산지표시 의무가 있다. 기재된 원산지가 의심되는 경우 해당 지자체 등은 그 음식점에서 극소량의 DNA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 축산물부에 의뢰할 수 있다. 지난 해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이 있는 성동구청은 구내에 새로 생긴 육회집을 포함해 축산물 관련 180여 건의 DNA 검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단 한건의 부적합 판정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소비자들도 음식점에 비치된 축산물 등급판정 확인서와 도축검사 증명서를 통해 정말 한우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저렴한 한우 공급은 어떻게 가능한가?

육회의 주재료는 한우의 엉덩이 안쪽부분인 ‘우둔살’이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상점가 고기복 상무는 “‘우둔살’은 한우에서 가장 가격이 낮은 부위 중 하나로 주로 불고기 재료로 쓰이지만, 많이 소비됐던 부위는 아니다. 축산인으로서 육회집이 많이 생기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얘기한다. 프랜차이즈 육회전문점에 들어오는 ‘우둔살’은 kg당 3만 4천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육회달인 프랜차이즈 (주)대호가의 임영서 대표는 ‘보통 1, 2등급의 한우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그나마 경쟁이 붙어 ‘우둔살’ 가격도 오르고 있는 추세” 라며 난감해 한다.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맛으로 서민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는 한우 육회집. 하지만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은 “쇠고기 육회가 돼지고기 육회보다 기생충 발병율이 훨씬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체질에 맞지 않을 경우, 복통이나 설사가 올 수도 있다.”며, “간, 신장이 좋지 않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중증 질환자, 어린이, 탈수증세를 보이는 환자 등은 육회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영상기획팀 김정록, 임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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