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중국내륙 진출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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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무역관 개설에 즈음해 중국 우한(武漢)을 방문하고, 가까운 싼샤(三峽)댐 건설공사 현장을 들렀다.

마침 현장에서는 강의 흐름을 임시적으로 막는 코퍼 댐과 화물선 운송을 위해 인근 산모퉁이를 깎는 수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09년 완공이 되면 길이 2천3백m, 높이 1백85m에 달하는 댐이 양쯔(揚子)강을 걸터앉게 된다. 공사기간 17년, 공사비도 2백70억달러가 소요되는 만큼 그 규모도 압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댐에는 앞으로 26기의 발전기가 설치돼 총 1천8백20만㎾의 전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한다. 1999년 기준 우리나라 발전 설비의 40%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저수량도 3백93억㎥로 매년 되풀이되던 양쯔강 범람을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댐으로 인해 관광.운송.농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소득원이 창출됨에 따라 지역 경제기반도 더욱 확충된다는 것이 건설현장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시절 중국의 개발전략은 '선부론(先富論)' 으로 요약된다. 처음부터 대륙 전체의 균등한 발전을 추구하기 보다 바다에 가까운 동부를 먼저 부강하게 하자는 것이다. '동부의 발전을 중서부 지역 개발에 활용함으로써 두 지역의 균형발전을 달성한다(兩個大局)' 는 것이 중국 정부의 기본적인 복안이었다.

내년부터 추진되는 10차 5개년 개발계획을 시발점으로 중국은 서부 대개발의 기치를 본격적으로 들게 된다.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동부지역 발전이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이르러 이제 발전의 기운을 서부로 돌릴 때가 됐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이다.

싼샤댐은 서부 대개발의 전초사업으로서 그 의의가 크다. '서부의 전력을 동부로 보낸다(西電東送)' 는 개발의 기본 취지가 상당 부분 이 댐을 통해 달성된다.

또한 내년부터 건설되는 신장(新彊)~상하이간 천연가스 수송관이 완성되면 '서부의 가스를 동부로 수송한다(西氣東輸)' 는 목표도 자연스럽게 달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이 막대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싼샤댐이 서부 대개발이라는 마스터플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2005년까지 기초적 인프라를 확충하고 그 이후부터 외국인 투자를 발판으로 산업화를 추진하되 본격적인 서부지역의 국제화.도시화 기간을 2015년에서부터 2050년으로 잡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단순한 1~2년간의 특수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사업기회가 지속적으로 창출된다는 이야기다.

프로젝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당연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20일 청두(成都)에서 개최된 서부 개발 정책설명회 '2000 중국 서부 논단' 에서는 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각국 대사관이 대거 참가해 국가적인 관심을 표명한 것은 물론 세계 5백대 기업 중 1백17개사가 행사장 곳곳에서 정보수집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일부 대기업이 서부 개발사업 참여를 모색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청두 무역관을 보강하고 우한 무역관을 개설한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당장의 개발사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생물자원이 풍부한 윈난(雲南)성, 거대 소비시장인 쓰촨(四川)성, 하이테크 산업이 발전한 간쑤(甘肅)성 등은 앞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무대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업기회들은 차치하고 진실로 인상적인 것은 중국이 별다른 사회적 동요 없이 꾸준하게 경제체제를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경영의 확실한 원칙, 치밀한 계획, 그리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저력이 없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다.

중단 없는 개혁과 외국인 투자 개방은 중국의 의지를 뒷받침 해주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이같은 기회를 발판으로 거대한 내륙시장을 도모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황두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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