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이후' 충격줄이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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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1일 오후 5시, 재정경제부 6층 회의실에 재정경제부 차관과 정책조정심의관.건설교통부 관계자. 서울은행 부행장 등 10여명이 모였다.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회의에서는 동아건설 법정관리 후속 대책과 퇴출기업 발표 이후 시장안정책 및 협력업체 지원대책 등이 논의됐다.

회의 참석자 모두가 뾰족한 묘수 없이 과거 대우.우방 부도 이후 제시했던 방안들을 다시 꺼내 검토하는 선에서 대책을 마련, 2일 차관회의에서 최종 결정키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정부가 3일 내놓을 예정인 기업구조조정 지원방안에 놀랄 만한 내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 해외공사는 끝내도록〓대책의 초점은 동아건설이 추진 중인 리비아대수로 1, 2단계 공사 및 말레이시아 바쿤 수력발전 공사 등에 맞춰졌다.

동아건설은 현재 6개국에 총 21건의 공사를 진행 중이며, 수주 규모는 74억달러에 달한다. 해외 공사는 시행업체가 도산할 경우 발주처가 언제든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경우 공사 보증을 선 국내 금융기관은 이행보증금을 물어야 하고 하자보수 충당금도 떼이는 등 손해를 보게 된다. 리비아 건설을 중단할 경우 손해 규모는 1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시공업체의 부도로 해외 공사가 중단되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져 앞으로 해외 건설 수주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은행이 돈을 조금 더 넣더라도 완공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공사현장에 은행 관계자를 파견하고 공사대금 회수분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 관리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른 퇴출건설사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 협력업체 지원 및 금융시장 안정책〓재경부 이종구 금융정책 국장은 "퇴출 대상 중 상당수는 이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없는 기업들" 이라며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협력업체들의 유동성 압박 문제일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을 방안은 특례보증 한도를 늘리고, 한국은행 총액한도 대출자금을 이용해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방 부도 이후 유사한 정책을 썼지만 실질적인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극소수였다.

서울의 한 중소 건설사 사장은 "특례보증을 해주는 신용보증기관들의 보증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질적인 효과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 라며 "쉽게 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책에 퇴출기업들이 건설 중인 아파트 문제도 포함시켰다. 아파트 공사는 대한주택보증이 분양 보증을 서고 있고, 정부 발주 공사는 시공 연대보증인이 있는 데다 공동도급으로 진행 중이어서 대체 시공이 가능해 시기는 계획보다 늦춰지더라도 완공에는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4천8백억원이나 되는 대한주택보증이 추가로 퇴출 업체의 아파트 건설 부담을 떠안을 여력이 없는 만큼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송상훈.차진용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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