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원들 "대기업 안부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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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반도체 검사장비 생산업체인 충남 천안의 미래산업 본사 빌딩. 생산라인이 들어선 빌딩이지만 언뜻 공원에 온 느낌을 준다.

실내엔 60평 규모의 대나무 숲이 만들어져 있어 임직원들이 담소를 나눈다. 빌딩 밖에는 시원한 잔디밭 광장이 펼쳐져 있고, 오붓한 산책길이 정겹다.

또 국제 규격에 맞춰 설치한 테니스장을 비롯 농구장.족구장.탁구장 등 임직원용 경기장을 마련했다.

분당에 있는 연구소 옥상에는 간이 골프장이 있고, 러닝머신 등이 갖춰진 헬스장도 설치됐다. 회의실 앞에는 여러 가지 조각품과 미술품이 걸려 있다 이같이 대기업 부럽지 않은 중소기업체의 사업장이 늘고 있다. 우수 인력을 붙잡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무 환경을 바꾼 것이다.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은 "임직원은 회사 제1의 자산인 만큼 아무리 특별하게 대우해도 모자란다" 며 "자유롭고 개방된 분위기의 사업장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 여력이 닿는데 까지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 고 말했다.

미래산업은 사훈이나 경영방침 같은 경영 문구가 없고 연구원.임직원 부모에게 보약을 지어 주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경기도 김포의 전력기기 제어업체인 케이디파워. 이 회사 공장은 전원 같다. 공장 입구에 5평 크기의 정자가 세워져 있고 정자를 잇는 다리밑 주변에 연못을 만들었다.

임직원 식당 옆에는 상추.고추밭이 있어 여기서 나온 채소는 그날 그날 임직원 식단에 오른다. 장독엔 전통 된장과 고추장도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매일 아침 1층 자료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출근한다. 각종 경영자료와 신문.잡지 등을 비치한 자료실에는 하루종일 음악이 나온다.

연구원들이 종종 이용하는 숙직실은 원룸 아파트 모양이다. 싱크대와 목욕실이 있고 회의 탁자도 마련됐다.

전원 풍경에 걸맞게 이 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특허를 따내면 공장 뜰에서 바베큐 파티나 농악패 놀이행사를 벌인다.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 있는 부엌 가구업체 한샘의 3공장은 공단에서 가장 디자인이 빼어난 공장으로 꼽힌다.

밤에는 선창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배나 잠수함처럼 보인다. 이 건물은 이탈리아 베니스 대학 교수인 김석철씨가 설계한 것이다.

건물 디자인 못지 않게 사원의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 직원들이 책을 빌리는 도서실과 잔디 축구장이 있다.

점심시간을 쪼개 탁구나 족구를 즐길 수 있고 오후에는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수면실도 따로 마련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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