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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습관만 고쳐도 남보다 20년은 더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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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40대의 건강이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해 2만여명이 40대에 사망했다. 특히 남성은 1백명 중 1명이 40~49세에 사망해 세계 최고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부실한 한국의 40대 건강은 뜻밖에도 6.25전쟁에서 비롯된다.

서울대 의대 내과 김정룡 명예교수는 "40대 남성의 사망원인 1위가 간염.간경변 등 간질환이며 3위가 간암인데 이는 한국전쟁 직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태어난 40대가 어렸을 때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에 집단적으로 감염됐기 때문" 이라고 해석했다.

40대 사망원인 9위를 차지하는 당뇨도 마찬가지다.

삼성제일병원 내과 민헌기 박사는 "전쟁 직후 영양결핍으로 미숙한 췌장을 갖고 태어난 40대가 나이들어 갑자기 영양과잉 상태에 빠지면서 넘쳐나는 혈당을 주체하지 못해 당뇨가 발생한다" 고 밝혔다.

40대 특유의 스트레스도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낀 세대' 란 표현대로 이미 기반을 닦은 50대와 외국어와 컴퓨터로 무장한 30대 사이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숙자의 절반을 40대가 차지하는 현실이 오늘날 40대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병장수의 최대 관문은 4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대개 40대 이전에 사망하며 40대에 확실하게 건강을 다진 사람은 평균수명 이상으로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포인트는 유전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

미국의 의학잡지 NEJM이 최근 4만4천여명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암의 유전경향을 분석한 결과 모든 암은 유전보다 환경이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유전경향이 큰 전립선암도 유전자의 영향은 42%에 불과했다.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쌍둥이도 생활습관 등 환경에 따라 암의 발생률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의 40대가 전쟁이라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태어났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금연과 운동 등 기본적인 건강관리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 평균수명이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며 40대가 지켜야 할 단계적 건강관리 요령을 제시했다.

우선 건강에 대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한국갤럽과 내나이닷컴이 40대 3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수명까지 살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이 75%를 차지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남녀의 건강에 대한 인식차로, 여성에 비해 평균수명이 7년이나 짧은 남성은 84%가 평균수명까지 살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66%에 그쳤다.

지난해 40대 사망자도 남성은 1만5천여명인 반면 여성은 4천8백여명에 불과해 남성이 여성보다 3배나 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에 해로운 흡연.음주를 덜하기도 하지만 아픈 것에 민감한 여성 특유의 심성이 건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순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사소한 증상도 간과하지 않고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암과 같은 성인병의 조기발견에 도움을 준다" 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병원을 찾아 비싼 종합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 질병별로 위험요인을 찾아 선택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사람보다 특정질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산출하는 상대위험도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는 "불에 탄 고기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위암의 상대위험도가 6배,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10배" 라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질병의 확률이 합의 원칙이 아닌 곱의 원칙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 예컨대 불에 탄 고기와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16배가 아니라 6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 속에서 위험요인을 찾아내 없애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하는 것이 40대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안이란 결론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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