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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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라산 큰오색딱따구리>

머리에 불점을 찍은 큰오색딱따구리

전들 시월 단풍에 물이 들지 않을까

관음사 느티나무들

단청 풀어 환한 날

나무야 참나무지 옹두리 하나 붙잡고

석공이 화강암에 정을 쪼듯 음각을 하듯

부리에 기(氣)를 모으고 중심을 찍어본다

한 달여 역사면 제 집을 완성한다

생목을 찍는 소리, 신새벽 목탁소리

소리가 소리를 물어

알을 깼네 화두를 깼네

비상하는 것들은 집착하지 않는다

깃을 내려 등을 맞대다 때되면 둥지를 뜬다

스님이 하안거 끝에

만행을 떠나듯이

- 홍 성 운

<시작메모>

머리에 불점을 찍은 큰오색딱따구리

전들 시월 단풍에 물이 들지 않을까

관음사 느티나무들

단청 풀어 환한 날

나무야 참나무지 옹두리 하나 붙잡고

석공이 화강암에 정을 쪼듯 음각을 하듯

부리에 기(氣)를 모으고 중심을 찍어본다

한 달여 역사면 제 집을 완성한다

생목을 찍는 소리, 신새벽 목탁소리

소리가 소리를 물어

알을 깼네 화두를 깼네

비상하는 것들은 집착하지 않는다

깃을 내려 등을 맞대다 때되면 둥지를 뜬다

스님이 하안거 끝에

만행을 떠나듯이

- 홍 성 운

<시작메모>

늦봄부터 한라산 관음사 참나무숲에는 큰오색딱따구리들의 나무 찍는 소리며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가득했다.

그 소리소리 끝에 새끼새는 자라나 제 날개로 세상을 날고, 눈 푸른 스님들은 만행을 시작한다. 비로서 숲은 저들을 비워내고 혼자 물이 들었다.

그렇다. 가을 한라산은 참선하는 선승이다. 오색영롱한 사리다. 아니다 반가운 큰오색딱따구리다.

<약력>

▷1959년 제주봉성 출생

▷공주사범대학 불어교육과 졸업

▷1993년 '시조문학' 추천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8년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 (푸른숲) 간행

▷역류동인.제주 오현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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