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로비의혹 집중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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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비리에 검찰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27일 구속된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이 금감원 임직원들을 상대로 로비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은 ▶동방.대신금고의 불법 대출 혐의를 적발하고도 묵살한 경위▶鄭.李씨로부터 금품수수 여부▶유일반도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과정에서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관련 부서인 금고업무 검사담당 라인과 코스닥 상장업무를 총괄하는 기업공시 감독국 산하 팀, 조사총괄국 소속 임직원 등이 1차 조사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검찰은 금감원이 동방.대신금고의 불법거래 사실을 서둘러 고발하면서 동방금고 李부회장을 제외한 채 한국디지탈라인 鄭사장에게만 상당부분 책임을 돌린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鄭사장의 주장처럼 "금감원 간부들이 李부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 는 의혹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검찰은 또 鄭.李씨와 불법대출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진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이 지난 22일 금감원 고발 바로 전날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달아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대형 금융사건의 경우 주요 참고인에 대해 미리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데, 이 관례에서 벗어난 이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당시 사건을 조사한 금감원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동방.대신금고에 대한 검사과정 및 발표 경위, 불법대출 규모와 사용처 등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를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鄭씨로부터 주식 투자손실분 3억5천만원을 보전받은 것으로 알려진 장내찬 전 국장의 신병을 조속한 시일 안에 확보, 혐의내용을 추궁한 뒤 이를 토대로 해 다른 금감원 간부들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동방.대신금고의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한 금감원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수위를 낮추는 과정에 미심쩍은 점이 몇가지 있다" 면서 "張국장이 적어도 독자적으로 결정하진 않았을 것" 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두 금고를 검사할 당시 張국장이 상급자들과 협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李부회장이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鄭씨도 검찰출두 직전 "張국장의 윗선 간부 2~3명이 李부회장의 뒤를 봐준 것으로 안다" 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점들로 미뤄 금감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 실세인 K씨와 K의원을 배후로 지목하는 야당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에 대한 조사 수위마저 낮출 경우 비난 여론은 고스란히 검찰에 돌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치권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에 대한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계좌추적권을 가진 금감원이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데다 반발도 예상돼 향후 수사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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