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기업들 '행동원칙' 명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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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주한 외국기업들이 소속 임직원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 규정을 자세하게 정해 이를 지키도록 하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같은 윤리강령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은 물론 모든 업무활동에 관한 행동원칙을 별도로 만들어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를 감시하는 회사도 있다.

한 외국 기업 관계자는 "엄격한 원리.원칙 때문에 때로는 한국 시장에서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듣거나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규정 준수를 기본으로 하는 방침 덕분에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미국계 할인점인 월마트 코리아는 회사 홍보 등을 명목으로 거짓 정보나 부풀리기식 정보를 외부에 내놓는 것을 금기 사항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국내 매장과 관련해 홍보할 때 광고 전단지 등에 주차 수용 능력 또는 매장 크기를 과장하는 것 등을 사전 자체 감사를 통해 막고 있다.

월마트 관계자는 "매장 내 물품 수나 매출 등에 대해 절대로 예상치를 언급한다거나 반올림한 수치 등은 외부에 내놓지 않도록 규정했다" 고 말했다.

월마트는 또 기업이 공개하는 모든 자료를 특정 언론매체가 먼저 독점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업 정보공개 규칙' 이 최근 나오자 이를 즉각 한국 법인에도 지키도록 했다.

이탈리아 패션 메이커인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경우 한국 지사장이 따로 있지만 페라가모 본사의 경영진만이 인터뷰에 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페라가모 코리아 관계자는 "홍보를 많이 하는 것이 영업에 도움을 줄지도 모르지만 본사 정책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자칫 왜곡될 수 있어 번거롭더라도 본사에서 지명한 최고경영자(CEO)나 디자이너만 언론사와 접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3M의 전 임직원은 해마다 회사가 배포한 사업수행 원칙(Business Conduct Guide)을 숙독하고 그 내용에 동의하며 지킬 것을 약속하는 차원에서 직접 서명한다.

이 회사 최혜정 과장은 "외부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접대받는 것을 금지하는 등 윤리규정은 물론 상사나 동료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행동강령 등 모든 사내외 업무와 활동에 대해 자세한 원칙을 만들어 놓았다" 고 말했다.

실리콘 제조회사인 한국 다우코닝은 본사 및 전 세계 지사와 마찬가지로 모든 임직원들이 어떤 경우에도 정치자금 헌납, 정치활동 등을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고 이를 지키는지 여부를 수시로 감독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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