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 '패션지도'가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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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동대문시장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밀리오레·두산타워 등 패션몰의 성공에 힘입어 apM·누존·엠폴리스 등 현대식 도매상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고 기존의 재래시장들도 새단장에 열심이다. 이름이 바뀐 상가가 많고 해외명품을 파는 매장이 곳곳에 생기면서 시장의 지도가 최근 크게 달라졌다.

◇ 운동장 평화시장〓피혁상가에서 의류상가로 탈바꿈한다. 지난 4월 전면 개보수에 들어가 다음달 10일께 '평화' 라는 간판을 내리고 '에어리어(Area)6' 라는 간판으로 영업에 들어간다. 1.2층에는 숙녀복, 3층엔 페라가모.프라다.구찌 등 해외명품을 파는 매장이 들어선다.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여성을 주 고객으로 삼는다.

◇ 밀리오레 밸리〓밀리오레의 유종환 사장이 1996년 6월 숙녀복 도매상가로 세운 팀204가 다음달 1일 밀리오레 밸리로 이름이 바뀐다. 일반 도매상가라기 보다는 지방에 있는 밀리오레의 상인들에게 물건을 대주는 상가로 변한다.

유광수 상가운영위원장은 "지난달 초 문을 연 부산 밀리오레와 내년 8, 9, 10월 개점할 대구.수원.광주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기지로 꾸밀 계획" 이라며 "소매도 일부 취급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 에쏘르〓지난 8월 동대문시장 동편상가 끝쪽 apM 뒤에 문을 열었다. 1, 2층에 있던 남성복 상가(TTL2000)를 인수해 핸드백 등 잡화 매장으로 바꿨다 3층은 종전처럼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입는 '홀복' 을 팔고 있다.

◇ 테크노〓남성복 상가에서 지난해 11월 캐주얼을 덤핑판매하는 '땡' 도매상가로 변했다. 동대문시장 동편상가 혜양엘리시움 뒤에 있다. 동대문시장 도.소매점에서 팔다가 남은 영캐주얼 의류를 모아 1~4층 전층에서 싼 값에 처분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고객의 70%는 수도권의 소매상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지방 상인들이다. 칠레.브라질에서 의류상을 하는 한국교포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안계석 총무이사는 "동대문시장의 땡 물건은 출시한지 한달 정도 밖에 안된 게 많다" 며 "정상가격의 25% 정도에 사들여 약 30%의 가격에 팔고 있다" 고 말했다.

◇ 제일평화〓2년전 건물 외장공사를 했고 지난 8월 여름 상인들의 휴가기간 동안 계단과 천장 등을 바꿨다. 지난 80년 문을 열었는데도 새건물처럼 보인다. 지난달 초 지하1층에 잡화매장이 생겼고 1, 2층은 숙녀복, 3층은 캐주얼 의류를 판다.

◇ 흥인시장〓영업을 하면서 건물 외벽과 전기 등 낡은 시설을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4월초 보수작업을 시작해 내년 1월말 끝낼 예정이다. 낡은 외벽에 철판을 덧대고 지하 2층의 변전실을 옥상으로 올렸다. 내부공기 순환시설(덕트)도 교체 중이다. 매장 구성은 변하지 않는다.

◇ 동평화시장〓땡이나 보세상품 등 재고품을 전문으로 파는데, 최근 2층 내부를 최신식으로 단장했다. 가죽제품을 파는 지하매장은 이달 말 외국명품 매장으로 바뀐다.

◇ 청평화시장〓동대문시장에서 나오는 옷가지들을 땡처리하거나 보세의류를 덤핑으로 파는 곳으로 유명했으나 최근 숙녀복.남성복 등을 파는 정품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소유권이 삼풍건설에서 서울시로 넘어갔다가 지난달 다시 청평화시장 상인들에게 넘어갔다. 상인들이 다음달 28일까지 서울시에 건물값 6백1억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 우노꼬레〓96년 문을 열고 남.여성복을 팔다가 98년 부도 후 수입명품을 팔던 6층은 문을 닫았고 여성정장을 팔던 3층은 땡처리 상가로 변했다. 내년 초 소유권 문제가 마무리되면 상가운영위원회가 나서 매장을 대폭 개편할 예정이다.

◇ 신설 예정〓내년 8월께 동대문의 동부상권에 있는 도매상가 apM이 서부상권 밀리오레 옆에 '헬로 apM' 이란 이름으로 소매 중심의 복합패션몰을 연다. 2003년께에는 동대문운동장 뒤 누존 오른쪽에 18층 규모의 도매중심 상가 '쥬트클럽' 이 들어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양희 박사는 "동대문의 동부 도매상권이 최근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생존을 위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며 "단순한 건물 보수나 매장변경 보다는 나름대로 특성을 찾아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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