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글쓰기와 표현력 교육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논술형 문제의 도입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원묵중 유기성 교무부장은 “교과별로 한 명의 교사가 3~4개 반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교사 한 명이 학생 100명의 답안을 채점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교사마다 시각이 달라 공정성 논란이 빚어질 것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학·영어와 같은 교과는 논술형 문제 출제가 과목 특성에 잘 맞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초·중학생을 자녀로 둔 차미정(40·경기 수원시)씨도 걱정이 많다. 서울에서 시행하는 평가 방식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씨는 “평가 방식을 바꾸려면 저학년 수업부터 발표·토론·창의력 중심으로 이뤄진 뒤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입에만 논술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초등학생도 논술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과별 교무실 구성 등 보완 필요
사교육 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대상 학원인 대성N스쿨은 이번 겨울방학부터 논술형 평가 대비 수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학생에게 직접 내용을 분석한 뒤 발표하도록 시키는 등 수업 방법을 바꾸고 과제로 독서 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오도록 했다. 대성N스쿨 입시전략연구실 김박현 실장은 “요즘 학생들은 단순한 것도 스스로 표현하는 데 취약하다”며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치는 연습을 했더니 학습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내신 대비 학습 사이트인 족보닷컴은 이미 서술형 문제에 대한 예상·기출문제만 따로 모아 서비스하고 있다.
일부 공교육에서도 서술·논술형 평가를 미리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세종고 국어과 김유동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주요 과목의 서술형 문제 비율을 50%로 높였던 2007년부터 수행평가와 지필고사 주관식 문제를 합쳐 전체의 50%를 서술형으로 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교사는 "대입 논술식으로 문항을 만들고 객관성·공정성을 위해 채점 기준을 매우 세세하게 제시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있다"고 털어놨다. 시험 시간이 50분으로 한정돼 있어 다양한 평가가 어렵고, 너무 많은 학생들이 손도 못 대고 백지로 제출하면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문항 제작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충남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윤재국 장학사 역시 서술형 문항의 비중을 확대하려면 선결 과제가 많다는 점에 동의했다. 지난해 서술형 평가 연구학교를 운영했던 윤 장학사는 “학생과 교사 모두 단답형 지필 평가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전 설명과 연습을 통해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학교였던 천안여고는 1학기에 단답형과 빈칸 완성형 문제를 출제하고 2학기가 돼서야 비로소 서술형 문제를 출제했다. 또 교과별로 교무실을 구성, 예상 답안과 예상치 못한 답안에 대해 교과 협의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윤 장학사는 “채점을 맡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권을 대폭 부여하고 학부모들은 교사를 신뢰해야 한다”며 “부작용과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도입 필요성이 분명한 만큼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인식 전환과 적극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핵심 내용 정리 습관 키워야
생각N논리 분당 교육센터 장명숙 센터장은 신문일기를 추천했다. 먼저 기사나 칼럼을 오려 붙이고 모르는 어휘를 찾아 정리한다. 그런 다음 글의 단락을 나눠 보거나 줄거리를 요약하고 내 생각을 적는다. 장 센터장은 “내 생각 밑에 친구나 가족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의견을 적도록 하면 여러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최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