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박물관 소장 문화재 아직도 묻혀있을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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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전쟁 당시 국립 개성박물관 소장 1백여점의 고려시대 문화재가 개성 현지에 매장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같은 사실은 민주당 심재권 의원(문화관광위)과 한국문화재신문 최근호씨가 당시 개성박물관장이었던 원로 미술사학자 진홍섭(82)박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20일 한국문화재신문에 따르면 진박사는 전쟁 전인 1949년에도 개성 일대에서 남북한간 교전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쌍영총 고구려 벽화조각 3점을 비롯해 중요 유물 대부분을 서울로 후송했다.

그러다 50년 전쟁이 터지고 그해 10월 개성이 수복되자 유물 정리를 위해 복귀한 진박사는 중공군 참전으로 다시 남하했는데 이때 "근처 마을사람 2명, 수위 1명과 함께 남아있던 문화재 1백여점을 박물관 인근 모처에 묻었다" 고 말했다. 진박사에 따르면 이때 매장한 문화재에는 고려시대 민천사(旻天寺) 석불과 고려청자 등이 포함돼 있다.

개성박물관은 기존 건물을 헐어내고 80년대에 신축했는데, 이때 매장문화재가 발견됐다는 얘기가 없어 아직까지 묻혀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진박사는 "50년 전 문화재 매장에 참여한 4명 중 3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오직 나만 남았다" 면서 "죽기 전에 현지를 방문해 그때 묻은 문화재를 찾고 싶다" 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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