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영합 정책, 도전의식 결여 … 일본의 쇠락 분명한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일본의 쇠락은 대중 영합주의 정책과 도전의식 결여 탓이 크다. 어느 나라든 선진국은 하나의 통일된 비전을 공유하면서 도약했다.”(오마에 겐이치)

“한국은 벌써 10년째 선진국 문턱 앞에 서 있다.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9명의 한국 선진화포럼 교수단)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경제학자인 ‘일본의 석학’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66) ‘브레이크스루 대학’ 학장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한국 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전 총리) 소속 학자들과 만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는 한국 선진화의 3대 장애물로 ▶분단국가(divided country) ▶노사 갈등 ▶사회 계층 간 대립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부 분열을 끝내고, 통일된 비전을 갖는 사회가 돼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중성도 꼬집었다. 오마에 학장은 “한국에는 반(反)기업 정서가 여전하지만, 외국에 나가 보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삼성·LG·현대 등 대기업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갈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러 면에서 한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더욱 심각해졌지만 이제는 혼란에서 졸업할 때가 됐다”며 “다행히도 지금 한국은 이명박이라는 훌륭한 지도자가 이끌고 있고, 대기업에도 훌륭한 리더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1960년대 초기에 사회적 분열과 대립을 자제하면서 서양을 따라잡자는 통일된 비전을 갖고, 국가 개발에 힘을 모은 결과 선진국 진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오마에 학장은 “요즘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G20 개최 등 국가적으로 성취감과 자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일본이 80년대에 그랬다”며 “한국도 잘못하면 10~20년 후 지금의 일본과 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현실에 안주한 탓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도전의식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활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그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1자녀 가정이나 독신자 가구가 늘면서 국가의 활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