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청소년의회 온라인 회의는

중앙일보

입력


“위원장님, 의사진행 발언 있습니다.” “김현태 의원 말씀 하세요.” “최예찬 의원이 발의한 청소년 인권 관련 안건은 본 의원의 안건과 유사한 점이 많아 통합 논의했으면 합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모습이 아니다. 대한민국청소년의회에서 격주에 1번씩 열리는 온라인회의 모습이다. 의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정호(영동일고 2), 최예찬(경복고 2)군을 만나 청소년의회에 대해 알아봤다.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경험 살려

“우리나라가 인권강국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어려운 사람을 합리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겁니다. 물론 저 자신도 불우한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싶고요.”

정치가가 꿈인 박정호군은 현재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의원이자 인권분야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군은 지난해 4월 ‘전국청소년 논술토론한마당’에 참여 차 흥사단에 갔다가 청소년의회를 처음 접했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청소년의회 선거 홍보가 한창이던 그때 마침 박군에게 홍보포스터가 눈에 들어 온 것. 박군은 “청소년 입장에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출마를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박군은 한 달 후 실시된 인터넷 선거에서 서울지역 의원으로 당선됐고 인권위원장에 도전해 작은 목표를 이뤘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린 것이다.

역시 정치가가 꿈인 최예찬군도 현재 청소년의회 인권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군은 청소년의회를 처음 알게 된 2008년 말까지 대학진학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사회활동에 푹 빠져 지냈다. “참여연대에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관련 토론회 진행을 돕고 있었어요. 그런데 토론자로 참여한 제 또래 한명이 아주 조리 있게 말을 잘 하는 겁니다. 청소년의회 의원이었어요. 저도 그 길로 청소년의회 홈페이지를 찾아 회원가입하고 활동을 시작했죠.”

최군도 지난해 열린 선거에 출마해 서울지역의원으로 당선된 후 인권위원회에서 새터민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정책을 연구 중이다. 새터민 대상 봉사단체 ‘해피투게더’에서 활동 중인 최군은 “그분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우선 어울릴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는 축제 등을 정기적으로 여는 안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운동 없는 서울지역 의원 선거

이들은 지난해 5월 총 30명이 출마한 서울지역 선거에서 경쟁자로 만났다. 그러나 일반사회에서처럼 서로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없었다. 모두 순수성이 강조되는 인권운동에 적극적이었던 터라 서로를 격려하고 오히려 상대를 치켜세우며 함께 당선된 것이다.

최군은 “정호를 비롯한 모든 후보들이 모두 친구였고 선거 자체가 축제였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당시 박군은 출마를 포기할 뻔했다. 후보로 나서기 위해선 15명 이상의 추천서에다 경력증명서(경력사항 제출의 경우)와 부모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교과외 활동이 활발해 진데다 박군의 적극적인 설득에 학교성적 유지를 조건으로 허락을 받았다.

당선 이후 이들은 가장 먼저 국가청소년위원회를 비롯한 다른 청소년 및 인권단체와 연계해 청소년 인권실태 파악에 나섰다. 최군은 “우리나라의 청소년 인권실태가 아주 열악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많이 느꼈다”며 “국회차원에서 관련 법안이 보완될 수 있도록 우리가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청소년 인권조례’를 탄생시킨 배경에도 그들이 있었다. 박군은 “정치경제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 선거권 연령 만18세 조정안으로 입법청원한 것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인권위도 청소년 인권선언과 함께 올해 내에 최소 1건 이상 입법청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청소년의회활동을 단순히 자신의 경력을 쌓는데 이용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활동을 시작한다면 십중팔구 도중에 그만둔다는 것이다. 내신성적 전교 20위권인 이들은 “사회활동에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학생이라면 청소년의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미국의 경우처럼 청소년의회활동을 통해 실제 국회에 입법청원 수준이 아니라 발의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사진설명]실제 국회와 동일한 조직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청소년의회에서 인권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박정호左군과 인권위원 최예찬군.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인터넷을 매개체로 활동하는 청소년 자치단체다. 홈페이지에 가입한 만 13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에게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주어지며 2년에 한번씩 의원선거가 치러진다. 인터넷에서 매월 1회 이상 상임위별로 임시회가 열리며 오프라인 정기회는 3일 회기로 1년에 한번 열린다.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대변인 등 실제 국회에 준하는 조직을 갖췄다. 현재 광역시도별로 총 60명의 4대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youthassembly.or.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