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행사 참석 한완상 남측대표단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조선노동당 창건 55주년(10월 10일) 기념식에 남측 대표단장으로 북한을 다녀온 한완상(韓完相.전 통일부총리) 상지대 총장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다고 북한을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변하지 않고 있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다.

다음은 42명의 대표단과 함께 5박6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지난 14일 돌아온 韓총장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

- 노동당 창건 55주년 행사에 남측 방북단이 참가한 의미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진실성을 증거해 주는 의미다. 6.15선언으로 물꼬가 터진 남북화해의 흐름을 왜곡시키지 않으려는 남북 당국자간의 성실성을 이번 방북단이 담보했다고 생각한다. "

- 행사에 참가하기 전과 후에 달라진 생각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북측 당국자들이 확실하게 남측과 역지사지(易地思之).역지감지(易地感之)하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예전과 달리 반정부 투쟁 세력과 정부간에 불신.대결을 부추기는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남측 당국의 어려움을 걱정해줬다. 6.15선언 이후 북측은 위에서 아래로 모두 변하고 있는데 남측에서는 변하지 않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염려했다. "

- 당 창건 행사에 인민군이 대거 참가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는데.

"이번 행사에 미사일.탱크 등 무력 시위는 없었다. 군.학생.주민이 일심으로 단결돼 있음을 보여줬다. 집체주의의 무서운 단결력을 과시했다. 허나 6.15선언 이후 달라진 평화의 축제무드도 강하게 반영했다. "

- 방문단 일정과 북한 주민의 반응은.

"북측은 '정치적 행동' 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곳은 스스로 방문을 권하지도 않았다. 참관단 중엔 금수산궁전.만경대 같은 곳을 희망했지만 거절했다.

자칫 6.15선언의 정신을 훼손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주민들은 손을 흔들어 반겼다. 함께 '통일의 노래' 를 부를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6.15선언 이후 북한의 변화와 공동선언에 대한 북한의 시각은.

"북한은 최고위층의 결정에 모두 따라가는 체제이기 때문에 주민들도 새로운 대남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그곳은 적어도 대남부문에 관한 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쪽에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평양체류 중 10.12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됐는데 남쪽에서 그것이 곧 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의 회귀로 해석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이 문제다. "

- 남북관계와 관련, 당부하고 싶은 말은.

"6.15선언은 고립된 선언일 수 없으며 10.12 북.미공동성명도 6.15선언에 기초한 선언이다. 이 두개는 한반도 평화의 쌍둥이 선언이 될 것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그것을 담보할 것이다. 이제 새 천년에 한반도가 신속하게 탈냉전되면서 평화와 번영이 올 수 있게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