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노벨상의 '노'자도 꺼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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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둔 1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부산을 방문했다.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크다는 AP.AFP 등 외신 보도가 나오지만 이날 金대통령의 움직임과 표정은 달라진 게 없었다.

金대통령은 '르노 삼성자동차' 생산공장을 찾았다. 金대통령은 "처음엔 애물단지로 빅딜하려다 안됐고, 해체해 고철로 팔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공장이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보니 무척 기쁘다" 고 말했다.

지역인사들과의 오찬에서 金대통령은 6.15 정상회담에서 북한 조명록(趙明祿)특사의 미국 방문까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남북 교류협력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고 설명했다.

오찬에 참석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 '한반도가 해방 후 최대속도로 변하고 있다' 며 한반도 평화 구상을 소상히 털어놓는 金대통령의 모습이 어쩐지 노벨상을 연상케 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金대통령의 발언과 움직임을 평화상과 연결시키는 관측에 대해 질색한다. 수석비서관들은 "金대통령은 평소처럼 국정을 챙길 뿐" 이라고 말했다. 박준영(朴晙瑩)대변인도 "수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에 대비한 보도자료조차 준비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야당 시절 노벨상 추천과 관련된 작업을 했던 남궁진(南宮鎭)청와대 정무수석도 "아무 것도 모른다" 고 말했다. 아태평화재단측도 노벨상과 무관함을 강조한다. 金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이수동(李守東)재단이사는 "노벨상의 '노' 자도 꺼내지 마라" 고 먼저 입을 막았다.

여권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로비설에 대해 "노벨상이 그런 허술한 상이냐. 로비하면 포착되고 감점요인이 된다" 고 일축한다.

그러면서도 여권에선 외신의 관련 보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대감도 갖고 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노벨상을 받으면 나라의 격이 높아지고 국민적 화합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부산〓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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