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록 특사 워싱턴 방문 2,3일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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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명록 특사는 워싱턴 방문 이틀째인 10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만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는 등 바쁘고 중요한 하루를 보냈다. 그는 이어 11일 올브라이트 국무,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연쇄 회담했다.

○…10일 오후 8시27분(한국시간 11일 오전 9시27분) 국무부 청사 8층 벤저민 프랭클린 룸에서 열린 만찬은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테이블마다 건배의 잔이 부딪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환영사에서 "귀하의 방문이 증오에서 안전과 평화로 나아가는 보다 값진 여행의 시작을 이루기를 희망한다" 고 인사했다.

趙특사는 "북과 남의 불신이 하나둘씩 제거되고 화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조선반도의 이런 긍정적 변화는 조.미 관계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 화답했다.

헤드 테이블엔 趙특사, 올브라이트 장관,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 로버트 갈루치 전 한반도 핵대사 등이 앉았다.

만찬에 초대된 사람은 양성철 주미 대사 등 외교사절 12명, 칼 레빈 의원(민주.미주리) 등 상원의원 3명과 하원의원 6명, 짐 호글랜드 워싱턴 포스트 편집인 등 언론인 3명, 백악관.국무부 관리, 김길남 한인단체 총연합회 회장 등 교포, 한반도 전문가 등이었다.

○…趙특사는 오후엔 국무부 안내로 워싱턴 시내에 있는 기념관들과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살았던 워싱턴 근교 마운트 버논을 찾았다. 이 시간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은 실무협상을 벌였다.

趙특사는 국회의사당과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링컨 기념관 등을 둘러봤다. 그는 마운트 버논으로 이동해 워싱턴이 이용하던 식당과 거실 등을 둘러보고 농장 중앙통로를 거닐기도 했다.

○…CNN방송이 6백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미국과 북한이 즉각 외교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는 응답이 59%였다. '수교엔 찬성하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안된다' 는 조건부 찬성은 27%였다. 수교반대는 14%로 나타났다.

○…만찬에 참석했던 전 워싱턴 포스트 외교전문기자 돈 오버도퍼(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만찬은 흥미진진하고 볼 만한 구경거리였으며 미.북관계에서 상징적인 행사였다" 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반도와 관련된 일을 해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초청됐다. 공감대 같은 게 형성됐다" 고 말했다.

오버도퍼는 또 "趙특사는 한마디로 군인이었으며 정치적인 냄새가 풍기지 않았고 꾸밈없이 얘기하는 스타일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그는 임무를 다했다고 본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큰 발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면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만찬사에서 '분위기를 개선한다' 는 취지의 말을 했다.

앞으로 현안들을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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