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클리닉] 6. 내 몸에 털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나비나 풍뎅이 같은 곤충은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에서 성충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성장과정을 거친다.

사람도 곤충과 그 형태는 다르지만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두 번에 걸쳐 가장 왕성하고 급격한 신체발달 시기를 겪는다.

첫번째는 태어나서부터 약 2년간이고, 두번째는 흔히 말하는 사춘기 때다.

이 시기가 되면 성기의 가장자리와 겨드랑이에 털이 자라나고, 목소리가 변하며, 유방이 커지는 등 남자와 여자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특징적 모습들이 나타난다.

이같은 특징이 나타나는 시기와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고 남녀간에도 비교적 큰 차이가 난다. 우리 아이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주변의 친구들처럼 몸에 털이 나지 않아 목욕탕과 수영장 가기를 꺼리는 아이들이 많다. 심하면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아이들도 있었다.이와 반대로 털이 너무 많아 고민에 빠진 여학생도 적지 않다.

남학생의 경우 대체로 13~14세쯤 성기 주변에 털이 나기 시작한다. 겨드랑이 밑의 털은 이보다 조금 늦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학생은 가슴이 발달하면서 성기 주변에 털이 나고, 겨드랑이 밑의 털은 초경 후에 나는 것이 보통이다.

음모가 나는 것은 나이보다 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 어느 시기(보통 초등학교 고학년)가 되면 1년에 6~10㎝씩 훌쩍 키가 큰다. 이처럼 키가 급속히 크기 시작한 때로부터 1년 가량 지나면 음모가 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키가 부쩍 자라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음모가 빨리 나는 것이다.

몸에서 털이 난다는 것은 남녀가 이제 어른이 돼 간다는 증거다. 어른이 되기 시작하면 뇌하수체라는 완두콩만한 크기의 기관에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영향으로 털이 나는 것이다. 여자 아이가 털이 무성한 것은 몸 속에 남성호르몬의 수치가 높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성장하면서 여성 호르몬의 수치가 자연적으로 높아지므로 별 문제는 없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 신체의 변화에 따른 심리적 동요를 세심하게 보듬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성장이 빠르다고 우월감을 느낀다든지, 다소 늦는다고 열등감에 빠지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설명해 줘야 한다.

또 남녀의 성적인 역할에 대한 교육과 함께 이제는 스스로 자신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때라는 사실도 주지시켜야 한다.

조규선.선릉탑 비뇨기과 원장 (http://www.n-health.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