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두발 자유화' 함께 풀어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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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육부가 두발 자율화를 발표한 5일, 전국 중.고교의 관심사는 "두발 규제가 과연 풀릴까" 하는 것이었다.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온 학생들은 "두발 자율화를 결정한 위층(교육부)은 사고가 열려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등교해 보니 아래층(학교)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고 말했다.

상당수 중.고교에서는 이날 아침 교무회의를 통해 이 안건을 다뤘다.

서울의 사립 K고의 경우 논란 끝에 "(교육부로부터) 아직 공문이 오지 않았다. 앞머리 3㎝라는 두발 규제가 다소 강한 측면이 있어 완화할 필요는 있지만 머리만이 청소년을 유해한 사회환경에서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구의 일부 학교는 "학생.학부모와의 토론은 무슨 토론이냐. 학교마다 전통이 있다" 며 교육부 방침에도 끄떡하지 않을 뜻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 신세대 학생들에게 맞도록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차원의 두발 자율화는 그러나 학생들의 자율이 아닌 교장.교사.학부모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것인가.

인터넷 상에서 '머리 깎지 마(No Cut)'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웹연대 'With' 는 성명서를 내고 "학교별로 학생들의 의견을 결집해 토론을 벌일 학생회 중에 학교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곳이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고 했다.

'머리 깎지 마' 운동으로 자율화 조치는 얻어냈지만 "학생회의 자치권이 없는 상태에서 토론회를 벌여봐야 허울일 뿐"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일부 교장들은 두발 규제 문제가 자칫 학생회의 자치권 문제로 비화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온수고.중동고교 등의 두발 자율화 성공 사례는 고민 중인 중.고교에 참고가 될 만하다.

이들 학교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생들의 발언을 제한하지 않았다. '염색을 허용해 달라' '액세서리를 달면 어떠냐' 는 의견이 나와도 학교측은 귀를 열고 학생 스스로가 규제의 선을 찾도록 했다. 학생들의 결론은 머리 길이만 다소 길게 했을 뿐 염색은 스스로 삼갔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교장.교사들 뜻대로 학생들을 움직이려 해서는 안된다" 며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겠다는 학교 당국의 도량이 아쉽다" 고 말했다.

강홍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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