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서울 성북동 마전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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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뚝배기에 밥을 담아 국물을 부어 낸 국밥. 반찬이라곤 뻘건 깍두기 또는 배추김치가 고작이다.

한술씩 후후 불어가며 먹다가 어느 정도 국밥이 식으면 국과 밥을 후루룩 마시곤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과학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마전터(02-765-7575)' 에서 내는 쇠고기국밥은 격(格)이 한 단계 높다.

우선 국과 밥이 따로 나온다. 일부 국밥집에 '따로국밥' 이란 메뉴도 있긴 하지만 이와는 품격이 다르다. 밥그릇을 보면 일반 음식점에 흔한 뚜껑없는 공기가 아니다. 요즘 보기 어려운 주발이다.

비록 놋쇠는 아니지만 묵직한 무게만큼이나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뚝배기에 담긴 국도 별나다. 쇠고기 양지머리 고기를 푹 삶아 콩나물을 넣어 끓인 것으로 특히 머리와 뿌리를 일일이 따낸 콩나물은 주방의 세심한 정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맑은 국물의 맛은 전날 마신 술독을 달래 듯 여간 깔끔하고 개운한 게 아니다. 깍두기.배추김치.부추김치 등 따라나온 세 가지 반찬도 중간중간 국밥의 맛을 돋우는데 부족함이 없다.

아삭아삭 씹히는 깍두기, 사각사각 거리는 배추김치, 향이 강한 부추김치가 각기 입안에서 국밥과 어울려 세 가지 다른 맛세상을 제공한다. 값은 1인분에 5천원.

다른 메뉴로 잔치국수(4천원)와 제육보쌈(1만5천원)등이 있는데 잔치국수는 집에서 담은 재래식간장과 멸치로 국물을 내서 밀가루국수를 말은 것으로 여느 잔칫집 국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맛이다.

두 세 사람이 먹기 적당한 제육보쌈은 무채가 독특하다.

물기가 없어 무말랭이로 담근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 미나리와 배의 생즙이 가미돼 씹히는 맛이 더욱 상큼하다.

한옥의 뼈대를 그대로 살려둔 채 개조한 곳이라 서울의 반가(班家)에서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이다.

3개의 방에 좌석수 60여 개로 아담한 규모.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9시30분에 닫는다. 일요일.공휴일도 영업하는데 설.추석명절에는 쉰다.

별도의 주차장은 없지만 주차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다. 주변에 기사식당이 많아 식사를 끝내고 택시잡기도 편리하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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