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신도시 러브호텔 퇴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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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도심엔 고층 주상복합건물.술집.러브 호텔, 도시주변엔 마구잡이 개발….

신도시마다 '주거환경' 을 지키겠다는 시민들과 개발업자들의 '돈벌기 개발' 대결이 빚어지고 있다.용인지역을 비롯해 난개발이 사회문제가 되자 당국은 준농림지역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용인지역과 일산에서 마구잡이 개발과 러브호텔이 사회문제가 되자 당국은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그러나 정부는 마구잡이 개발과 달리 러브호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일산은 공공기관이 내로라하는 전문가 집단에 의뢰해 계획.설계한 작품 도시다.

기본구상엔 상업지역이 '법이 허용하는 만큼' 지정됐고, 도시설계에선 그곳에 숙박업 설치를 권장했다.토지공사는 그 땅을 다른 곳보다 몇 배 비싸게 팔았다.시장(市長)은 법적 하자가 없다며 숙박업 허가를 내줬다.이런 절차로 일산의 아파트.학교와 러브호텔.유흥가가 인근에 조성된 것이다.

'전원도시' 일산이 순식간에 '문제있는' 도시가 된 데 대해 아쉬워하는 도시전문가들이 많다.

"기본계획 때 상업지역을 줄였더라면, 도시설계 때 상업지역.고밀도 주거지역 사이에 완충지대를 넣었더라면, 허가 때 큰 도로 배면(背面)엔 러브호텔은 안된다고 했었다면" 등의 후회다.

그러나 지금에 와선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땅을 판 토공, 비싼 돈을 들인 업주, 그리고 고양시와 주민들. 누가 선뜻 물러서며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하겠는가.

법.제도로는 "네가 잘못했다" 고 벌 줄 대상을 꼭 집어내기 힘들다.

당국은 나서봐야 오히려 일만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그렇다고 우리에게 외국처럼 이런 일을 풀어가는 '타협 전문가' 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규제완화를 빙자해 우리 국토를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든 당국이다.

러브호텔 업주들은 집단으로 허가가 느슨한 지자체를 찾아 이곳 저곳으로 몰려다닌다.숙박업은 이젠 일반주거지역에서도 가능해졌고, 자연녹지.주거지.일반상업지역의 용도.건축제한에 다른 점이 별로 없게 됐을 정도다.

건축법은 규제를 위한 법이다.선진국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필요하다면 창문 방향.창틀 덮개도 규제하고 있다.우리 공무원들도 이를 부러워한다.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우리도 도시를 제대로 꾸미기 위해 러브호텔 파문을 계기로 세밀하고 강한 건축규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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