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이버테러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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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보통신시스템이 주요 사회기반 시설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을 운영.관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사이버 테러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까지 주요 사회기반시설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조직적인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국가기반 시설을 포함한 주요 시설에 사이버 테러 차단장치를 갖추도록 한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이 내년에 발효될 예정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 공공기관 사이버 테러에 무방비〓국가 주요시설과 핵심 공공기관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응책은 현재 국가정보원에서 국정원 법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의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는 정확한 현황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부는 상당수의 기반시설이 해킹이 들어온 것을 탐지하는 침해 탐지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해킹을 당했는지 안당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국정보보호센터 임채호 팀장은 "침해 탐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지만 이마저 깔려 있지 않은 곳이 상당수" 라고 털어놓았다.

해킹관련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이다. 수자원공사 전산보안 담당자가 3명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비(非)전문가라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철도청은 아예 보안담당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침입차단으로 기능장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이중 백업시스템이나 제어시스템을 마련한 곳도 극히 드물다.

◇ 어떤 대책이 있나〓정통부 변재일 정보화기획실장은 "입법예고 중인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이 통과돼 내년부터 발효되면 국가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이 운영하는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에서도 의무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해킹을 당하거나 컴퓨터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경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금융.통신.항공 등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이 모두 포함된다.

정통부는 또 내년도 해킹과 컴퓨터범죄 관련 예산을 올해 1백4억원에서 2백59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렸다.

또 해킹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인력들이 기술적 지원을 해주는 해킹바이러스 상담지원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해킹 대응기술 훈련장도 운영할 방침이다.

사이버 테러 관련 인력문제는 장기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정통부는 올해만 42억원을 투입해 정보보호 전문인력 4천5백명을 양성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정보보호센터와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부설 정보통신교육원에 3~6개월의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정보보호 관련학과 또는 전공을 설치하는 대학 또는 대학원 5곳에 4년 동안 3억~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또 전국의 대학내 우수 정보보호동아리 30개를 선정해 이들에게 모두 3억원을 지원, 동아리 회원들을 사이버 테러에 대비하는 '사이버 테러 방위군' 으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보보호센터 임팀장은 "기관별로 사이버 테러 대비 예산을 늘려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종합적인 사이버 보안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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