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부총재 "몇몇 사람이 당운영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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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27일 서울 강남의 자택에서 한시간 가량의 단전호흡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그는 평소 "정치권에 들어와 보니 체력이 중요한 걸 느꼈다" 고 말해왔다. 끊임없는 연습으로 세 손가락만으로 팔굽혀펴기 10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의도 당사로 직행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정국관리에 불만을 표시했다. 총재단회의에서 朴부총재는 국회 복귀론을 거듭 주장했다.

"당이 몇몇 사람에 의해 운영된다면 문제" 라고 李총재에게 말했다. 李총재는 "알겠습니다. 허허…" 라며 웃음소리를 냈지만 굳은 표정이었다.

朴부총재가 작심한듯 나온 것은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의 25일 회의발언(일부 의원이 국회 등원을 주장해 불쾌하게 생각한다)이 발단이 됐다.

◇"선출직 부총재다" =잠시 朴부총재와 金총장의 설전이 있었다. 朴부총재는 "개인감정이 아니고, 민심을 듣고 대변한 것인데 그게 불쾌하다면 우리 당의 설 자리가 어디냐" 면서 "총장이 선출직 부총재들을 우습게 아는 것도 문제" 라고 꼬집었다.

이에 金총장은 "부산집회 때 비를 맞으며 고생했다. 등원론으로 투쟁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고 되받았다.

朴부총재는 부산집회에 불참했다. 그러자 朴부총재는 "우리당이 민주정당이 될 수 있겠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李총재에게 물었다.

결국 李총재는 "우리당은 민주정당을 지향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고 진화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는 좋지만 (발언의)시점과 상황에 대해 배려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강삼재(姜三載)부총재는 몇차례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부총재들은 마른 기침 소리를 냈다.

朴부총재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례적으로 당사 1층까지 배웅했다.

朴부총재는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들을 절제했으면 좋겠다" 고 얘기했다. 權대변인은 이를 받아 "오해가 해소됐다" 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사를 떠나던 朴부총재는 "29일 대구집회에 참석할 것이냐" 는 기자의 질문에 "명분에 집착할 게 아니다. 대구 집회 전에 국회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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