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레슬링] 김인섭 부상 딛고 딴 값진 은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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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불꽃같은 투혼도 지독한 불운과 부상을 이겨내지 못했다.

김인섭(27.삼성생명)이 27일 벌어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8㎏급 결승에서 아르멘 나자랸(불가리아)에게 폴로 패해 금메달을 내줬다.

예선 첫 경기에서 부상했으나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결승에 나선 김은 상대에게 다친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당당한 척했다.

그러나 그의 갈비뼈 부상은 심각했다.

삐져나온 갈비뼈가 허리 근육을 눌러 힘을 쓰지 못할 정도였다.

김은 경기 시작 27초 만에 기습적인 엉치걸이로 3점을 따내 감동적인 투혼 드라마를 연출하는 듯했다.

그러나 1분54초 패시브를 선언당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패시브 수비가 강하기로 소문난 김은 10여초를 버텼지만 나자랸이 갈비뼈를 움켜잡자 얼굴을 찡그리며 무너졌다.

이어 나자랸의 가로들기 공격에 김의 왼쪽 갈비뼈가 매트에 부딪치면서 김은 정신을 잃었다.

나자랸은 고통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김을 눌러 폴승을 거뒀다.

한국 레슬링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김의 첫번째 불운은 대진 추첨이었다.

김은 예선에서 세계 랭킹 2, 3위 유리 멜니셴코(카자흐스탄).딜쇼트 아리포프(우즈베키스탄)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그리고 지난 25일 유리 멜니셴코와의 첫 경기에서 늑골 부근 부상을 당하면서도 연장 접전 끝에 2 - 1로 꺾었다.

그러나 멜니셴코의 판정 항의로 재경기를 치러 다시 6 - 0으로 제압했다.

다음날 김의 왼쪽 손목과 손가락은 퉁퉁 부어 올랐다.

김은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2차전에서 아리포프와 맞붙어 우세승을 거뒀지만 또다시 판정 항의로 아리포프와 재경기를 해야 했다.

재경기 도중 상대 무릎에 갈비뼈를 받힌 김이 비명을 지르며 실점하는 순간 코칭스태프는 안쓰러워서 외면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은 종료 8초 전 극적인 허리 태클을 성공시켜 4 - 2로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에서 패해 은메달에 그친 김의 왼쪽 늑골은 시커멓게 멍들어 있었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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