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건축학과 학생들의 목조주택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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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이 상량식을 하기 전 막바지 지붕공사를 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목조주택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금자리로 전달된다. [호서대 제공]

강의 듣고 나눔도 하고 ‘일석이조’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학교 내에서 ‘목조건축설계 및 실습’ 과목을 수강 중이었다. 이들이 만드는 건축물은 20㎡(약 6평) 규모의 이동이 가능한 목조주택. 이 주택은 완성 후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이나 필요한 기관에 기증하게 된다. 이날은 목조주택 상량식이 열렸다. 상량식은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이다. 마룻대는 건물의 중심이며 재목도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상량식에 참가한 학생들은 집이 무사히 지어지길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호서대 건축학과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한국해비타트 목조건축학교 강사진의 지도 아래 12명의 학생들이 계절학기 수업을 들었다. 학점은 3학점. 목조건축학교는 한국해비타트가 ‘사랑의 집 짓기’ 운동 관련 인력양성과 목조건축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기관이다. 이 학교는 본래 일반인을 대상으로 5주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호서대 건축학과와 자매결연 협약을 통해 무상으로 시공 기자재 및 재료, 강사진을 지원해 3주 과정의 집 짓기 수업을 진행했다. 3주간의 강의는 지난 14일 완공식을 기점으로 끝났다. 학생들이 손수 만든 목조주택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3주간 진행된 강의는 기존 학교에서의 강의와는 차별화됐다. 우선 이론 위주의 수업이 아닌 건축 전 과정에 대한 실습 교육으로 학생들이 직접 목재를 자르고 망치를 들고 두드리며 주택이 완공되는 과정에 참여했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학생들의 혼이 모두 담긴 것이다. 이 강의는 도 학교와 NGO단체인 한국해비타트의 협력을 통한 교과목 개발이라는 모델로 성공을 거뒀다. 특히 학생들이 지은 목조주택이 주변의 이웃들에게 기증돼 자연스럽게 자원봉사 인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학생들이 건축의 사회성과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갖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공실력도 키우고 사회봉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것이다.

호서대 심영섭(건축학과 학과장) 교수는 “요즘은 친환경적이고 시공 효율성이 높은 경량 목구조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이 같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강의실 위주의 이론수업에서 벗어나 건축물의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수업 결과물의 지역사회 기증으로 나눔과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혹한 속 목조주택 만들어

학생들이 목조주택을 만든 3주간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기간이었다. 장갑을 끼고도 손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집을 짓는 12명의 학생들은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지난달 말 가장 먼저 바닥 기초공사가 시작됐다. 수직을 맞추고 바닥 장선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못질을 했다. 다음으로 벽을 제작했다. 무거운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하게 못질했다. 사방의 벽을 만드는 데 강사와 학생 모두가 매달렸다. 만들어진 벽을 올릴 때는 젖 먹던 힘까지 썼다. 벽이 세워진 뒤에는 합판 붙이기가 이어졌다. 찬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틈새를 주지 않았고 못질도 꼼꼼하게 했다. 다음으로 지붕장선 만들기와 지붕이 완성됐다. 현관문과 창문도 달았다. 학생들은 20여 일간 추위와 싸우며 자신을 이겨냈다.

12일 가진 상량식을 마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됐다. 14일로 예정된 완공식까지 주택을 모두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틀 간의 공사가 더 이뤄지고 나서야 목조주택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됐다. 그들은 “정성 들여 만든 목조주택이 주변의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 보금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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