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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시론…경제 진단 (4)] 금융불안부터 해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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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식시장에서 '노출된 악재는 악재' 가 아니라고 한다. 최근 경제불안이 급부상한 이유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알지도 못하고 당한 1997년 외환위기와는 다르다.

다행스럽게도 정치권과 정부를 제외한 97년의 동반자들이 연일 지나칠 정도로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문에 유가상승과 같은 외부변수가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다. 그리고 해결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의 경제상황의 변화는 경제변수보다 심리변수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펀더멘털이 좋고 거시경제 변수가 양호하다고 해도 심리변수가 악화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경제변수는 선행지표가 아닌 후행지표인 결과물일 뿐이다. 최근의 위기는 다 알다시피 노출된 문제를 처리하는 데서 나타난 결단력 부재와 무책임한 정치권의 방기에 따른 신뢰성 상실이 주요 원인이다.

이제 정부가 발표보다는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의 발표는 필요없다. 이미 발표한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잘못을 시인하고 재빨리 수정해 행동으로 옮겨라. 미래예측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표된 것을 하나하나 매듭지어야 한다.

지금은 발표만 있고 마무리가 부실하다. 이것이 중요한 불안요인이다. '관치' 와 같은 정상적인 시대의 사치 논쟁에 신경쓰지 말고 문제해결의 행동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보여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들뿐만 아니라 현장과 민심을 읽어라. 왜 책상 위에서 탁상공론만 하는가. 공직자여 현장으로 나가라.

경제의 혈액인 금융시장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 최근 위기는 금융시장 불안에서 시작되었다. 금융불안 해소없이 위기를 탈출하기는 어렵다.

먼저 금융 구조조정, 금융기관의 클린화 작업을 더 앞당겨야 한다. 발표한 40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조기 실행해 자금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의 방기가 빨리 중단돼야 한다.

국회의원은 한국 사람이 아닌가. 정치 관련 내용에는 관심없다. 긴급한 경제현안만은 처리하라.

예금부분보장한도(1인당 2천만원)도 상향 조정하라. 부분보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경제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보장한도가 10만달러인 미국이 20만달러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참고하자. 무엇보다도 직접 금융시장을 살려야 한다. 경제 선순환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정부가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최소한의 역할은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선 신규 증시 물량을 줄여라. 유무상증자를 연 1백% 이내로 다시 제한하고 새로 거래소에 상장하거나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은 상장.등록한 해에는 유상증자를 금지해야 한다.

증권.투신.은행.보험.기금 등 기관투자가도 매각을 제한해 정상적인 시장 형성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이 살아야 기관도 사는 것 아닌가.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의 차환(借換)도 정상적 상황에서 작동하는 방법으론 해결할 수 없다.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중 부실화 가능성이 작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발생하면서 평가등급이 B급 이상인 기업은 보증보험이나 보증기금을 동원해 차환을 1백% 보장하자.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에 대한 신뢰성이다.

신뢰는 투명성이 담보한다. 제3자에 대한 검증된 객관적이고 투명한 발가벗은 실체를 보여야 한다. 분식회계의 망령에서 벗어나려면 1년에 한번이 아닌 분기별 회계감사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외국인은 물론 국내 투자자와 채권자가 목마르게 기다리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방향도 좀더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동안의 상호지급보증 금지 및 투명성 확보와 관련된 개혁작업의 상당부분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제 모든 기업이나 금융기관과 관련된 개혁작업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차대조표 중심의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개혁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구조조정 지표가 손익 및 현금흐름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우자동차도 처리방향을 제3자 매각뿐만 아니라 자산부채인수(P&A)또는 법정관리 등 제한없이 조기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리스크 회피 시대가 아니며, 리스크 관리의 시대다. 정부.기업.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희생을 가져오는 불행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정책당국자들은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시장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신뢰의 박수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정조 <21세기향영리스크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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