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광고 더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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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외국기업들이 국내 광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지현이 등장하는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 광고(上)와 도요타 렉서스 자동차 광고.

외국계 전기전자.자동차 업체들이 국내 광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불황일수록 공격적인 광고를 해야 장기적으로 더 큰 효과를 낸다는 경험 법칙에 따른 것이다.

외국계 기업들 중 기존의 외식.화장품 업체에 이어 최근에는 수입차 업체가 신문과 TV 광고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예전에는 주로 고급 잡지.전문지 광고나 '맨투맨' 방식을 통한 마케팅만 벌여온 기업들이다. 이러한 외국기업 광고 봇물은 국내 광고시장을 옥죄던 각종 규제가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 폐지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수입차 광고의 경우 올해 9월까지 광고비가 1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8억원)보다 7% 늘어났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국내 전체 광고시장이 4조8850억원에서 4조950억원으로 16% 뒷걸음질한 것과 비교된다. 최근에는 수입 신차를 발표할 때면 신문 2개면에 걸친 전면 광고나 3개면에 걸친 시리즈 광고까지 선보일 정도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신차 발표회와 이미지 광고를 동시에 진행해야 홍보효과가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외국기업들은 과감하게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를 내놓기도 하고 TV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내기도 한다.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업체는 올림푸스 코리아. 지난해 7월부터 영화배우 전지현을 기용한 광고로 제품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 회사의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은 광고 시작 전 한달 평균 6000여대에서 광고 이후 1만2000여대로 늘어났다. 2000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이 회사는 초기 자본금 60억원 중 50억원을 광고에 쓸 만큼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지금도 전체 매출의 7~8%를 광고에 쓰고 있으며, 올해 광고비는 110억원이다. 올림푸스는 이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시장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올해 초부터 경쟁사인 후지 코리아도 디지털 카메라 TV 광고에 톱모델인 탤런트 조인성을 동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수입차 업계 중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광고를 내보냈다. '믿음'과 '즐거움'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제작된 광고에서 암벽을 오르는 산악인과 파도를 헤치는 카약선수를 통해 강하고 튼튼한 브랜드 이미지를 알렸다.

BMW코리아도 대대적인 신문 광고에 이어 내년에는 TV광고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김영은 이사는 "수입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신문에서 TV까지 광고분야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뒤늦게 한국 시장에 뛰어든 혼다코리아는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전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달부터 혼다는 신문을 통해 자체 개발한 로봇 '아시모'와 하이브리드카 엔진 등을 소개하는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혼다 '어코드' TV 광고를 내보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아시모와 하이브리드카를 통해 혼다의 기술력을 강조하는 것이 차량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담배.술.피임약 등 아직 광고시장에서 각종 규제를 받는 외국기업들은 광고 장벽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제품 PR에 나서는 외국기업들이 단연 눈에 띈다.

필립모리스는 청소년 흡연예방 캠페인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편의점 '바이더웨이'와 손잡고 '19세 이하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바다사랑캠페인 등 사회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한국쉐링은 신문.TV광고가 금지되어 있는 피임약 홍보를 위해 대학.문화센터 등을 돌며 피임 강의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건국대에서 열린 '월경페스티벌'을 후원하며 피임기구 등도 전시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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