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양양·울진 송이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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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담백한 맛과 은은한 솔향, 그리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능 등이 어우러진 송이가 제철을 맞고 있다.

소나무 울창한 강원.경북의 산골마을 주민들은 숲속에서 가을을 캐기에 손길이 분주하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서 만난 안세영(51.봉화군 춘양면)씨는 "송이는 5~7부 능선의 20년생 소나무 밑에서 잘 자라는데 특히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해 새벽 기온이 섭씨 영상 16~17도로 떨어지고 지표온도가 19도 이하인 날이 1주일 이상 지속돼야 얼굴을 내민다" 며 "땅을 헤집고 나온 후 3일안에 캐야 가장 좋다" 고 설명한다.

김부식(1075~1151)의 '삼국사기' 는 국내에서 버섯을 소개한 최초의 문헌이다.

조선시대 허준(?~1615)은 '송이를 약용으로 사용한다' 고 '동의보감' 에서 설명했고 홍만선(1643~1715)도 '산림경제' 에서 '말려 달여 먹으면 편도선에 특효가 있다' 고 기록했다.

1960년대까지도 지방마다 송이와 표고의 순서 차이는 있었지만 '1 능이 2 송이 3 표고' 라고 버섯의 순위를 매겼다.

그래서 40년 동안 송이를 캐왔다는 안씨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방과후 야산에서 송이를 캐 시장에 나가 알사탕으로 바꿔먹곤 했다.

당시 주민들은 지천에 널려있는 송이를 캐 토실토실한 것만 골라 된장독에 푹푹 박아 장아찌를 담갔고, 닭요리를 할 때는 송이를 닭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말한다.

송이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종양 억제물질이 많아 일본인들의 송이사랑은 각별하다.

일본은 세계 최대 송이 소비국으로 한해 소비량이 4천t에 달하며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이들이 한국산 송이향기에 반해 본격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한 70년대 들어서면서 송이는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송이버섯의 대표적인 산지로는 강원도 양양.인제와 경북 울진.봉화.영양이 손꼽힌다. 그중 양양군이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안씨는 "70년대에는 봉화군이 전국 제일의 생산량을 자랑했지만 20년전 솔잎흑파리로 소나무를 벌목해 생산량이 감소됐다" 며 "현재 생산량이 옛 수준까지 올라갔다" 고 강조합니다.

송 이균은 소나무의 가는 뿌리에 붙어 살면서 소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고 땅에서 무기양분을 흡수한다.

그러다 보니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다른 버섯들처럼 인공재배를 할 수 없다.

봉화군청 최상경 계장은 "봉화 송이는 배수가 잘 되는 마사토에서 자라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진하다" 며 "수출업자들이 봉화 송이를 더 비싸게 수매한다" 고 자랑이 대단합니다.

송이를 캘 때는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으려고 풀섶이나 돌만 살금살금 밟으며 걸어다닌다.

송이가 머리를 내밀 때는 땅바닥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구별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안씨는 "올해는 절기가 예년보다 빨라 생산량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며 "10월 초에 '송이가 '절정을 이루고 다음 달 10일이면 끝물로 접어들겠다" 고 내다본다.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예정인데 지난 주말 봉화군의 송이 첫수매가는 ㎏당 17만2천원으로 결정됐다.

매년 이맘 때면 송이산지로 유명한 봉화군(9월 30~10월 7일.054-679-6394)과 양양군(9월 29~10월 8일.033-670-2239)은 송이축제를 개최한다.

특히 올해는 울진군(9월 30~10월 1일.054-785-6061)도 축제를 연다. 군마다 거의 비슷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으며 관광객에게 양질의 송이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언감생심 일반 서민들이 식탁에 올리기가 쉽지않은 것이 송이지만 주말을 이용해 봉화로 나들이를 떠나면 가을의 정취는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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