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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이명박 서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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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정국의 한 핵으로 떠올랐다. 그가 주도하는 수도 이전 반대 투쟁 때문이다. 충청표를 의식해 머뭇거리는 한나라당과 달리 그는 완전한 반대와 국민투표를 주창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가 수도 이전 문제를 자신의 차기대선 구도에 갖다 붙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여권은 국감으로 이 시장을 까발리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200억원 재산 형성 의혹'설도 흘리고 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는 4일 오전 서울시장실에서 진행됐으며 최천식 메트로부장과 김진 정치전문기자가 참석했다. [편집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는데 이제 와서 국민투표를 주장하면 너무 늦은 것 아닙니까.

"지난해 12월에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찬성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강력히 반대했지요. 물론 이후 대외적인 투쟁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나의 정치적 이익을 생각하면 반대투쟁에 나섰겠지만 사회도 혼란스럽고 해서 국익을 생각해 시간이 성숙할 때까지 자제했지요. 그런데 올 들어 상황이 많이 변했어요. 시의회가 똘똘 뭉쳐 나에게 반대하라고 압력을 많이 넣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7월 국정홍보처가 지하철에 내건 수도 이전 홍보 만화 광고에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서울이 베이징이나 멕시코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지요. 어떻게 대한민국의 얼굴인 서울을 정부가 이렇게 폄훼할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마음을 바꿨어요. 이젠 본격적으로 반대할 겁니다."

-그래도 국회에서 통과된 법은 법 아닙니까.

"절차상으로 결정적인 하자가 있어요. 국회법 제58조에는 법안을 만들 때 위원회가 공청회를 열도록 되어 있어요. 단 위원회 결의로 안 열 수도 있는데 그건 공청회가 필요없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수도 이전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런 한가한 경우에 해당하나요."

-그 부분에 대해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겁니다. 헌재가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래도 내용적으로 문제가 많아요. 우선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그때 충청권을 의식해 정략적으로 법에 찬성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수도 이전의 우선 당사자인 서울시하고 한번도 협의를 안 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서울시의 장으로서 나는 이 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겁니다."

-국민투표를 하자는 논리는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국민적 여론을 물어야지요. 현시점에서 국민 70%가 반대하는데 어떻게 한 정권이 억지로 밀어붙일 수 있습니까. 그리고 수도 이전은 비단 남한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을 앞둔 한반도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것을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으면 무엇을 부칩니까. "

-만약 국민투표에서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투표를 하게 되면 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반대를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정권이 물러가라는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권은 어쨌든 안정이 돼야 하니까요. 이전 방침만 철회하면 되겠지요. 결과가 찬성이면 저는 반대한 입장에서 책임을 질 겁니다. 찬성이 나오면 내 정치적 입장이 어려워지겠죠. 나는 책임집니다."

-정부가 수도 이전 해당지역에 대한 토지수용 등 예정된 절차를 진행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나라당에 대해 적극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시장으로서 반대의 묘책이 있습니까.

"자꾸 노무현 대통령에게 중단하라고 설득해야지요. 거리에 나가 데모하는 것은 정권을 자극만 하는 등 효과가 별로 없을 겁니다. 야당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요. 자꾸 세세한 대안을 얘기하면 큰 줄기를 놓쳐요. 세게 반대해야지요. 그리고 정부도 토지수용을 함부로 못할 거예요. 매수 대상자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어 정부가 강제로 매수하기도 어려울 거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충청도민은 어찌 보면 정치적 피해자입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기대심리만 잔뜩 올라갔죠. 앞으로 30년에 걸쳐 50만 인구를 이주시키겠다는 것인데 지역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수도 이전은 반대하면서도 충청지역에 일부 부처를 옮기는 '행정특별시' 대안을 구상하는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 겁니까.

"국가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옳지가 않아요. 청와대는 여기 있고 행정기관이 내려가 있으면 결재를 받기 위해 장관이 일일이 올라오거나 대통령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비효율입니까. 한나라당은 수도 이전은 명백히 반대하면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내놓으면 돼요. 너무 세세하게 대안을 내놓으려고 하다 보니 논란의 본질이 엉뚱한 곳으로 튀잖아요. 내가 이런 것을 지적하면 공연히 한나라당에 대해 각을 세운다는 오해만 부르는 것이어서 매우 조심스러운데 분명히 '행정특별시 대안' 전략은 방향이 틀려요."

-여권은 서울시가 수도 이전 반대 '관제데모'를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무슨 관제데모를 할 수 있겠습니까. 공무원이 한 명도 동원되지 않았는데 무슨 관제데모입니까."

-노 대통령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하고 있습니까.

"본인이 의도했건 아니건 정치개혁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공로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총선에서 완벽하진 않으나 비교적 깨끗한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안정시키는 '분위기'를 못 만든다는 겁니다. 대통령으로서 좀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지금 노 대통령이 보이는 분위기는 시장경제나 국제 경쟁 등에 맞지 않는 거예요. 모든 정책에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노 대통령은 이걸 못 맞춰요. 예를 들어 나도 보안법은 바뀌어야 한다고 보지만 때가 지금은 아니거든요.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지요. 노 대통령의 위기는 '분위기의 위기'입니다."

-대중교통 개편 직후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쳐 마음이 상했겠습니다.

"현장 준비에 다소 미흡했다는 후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정치적인 것만 생각한다면 욕먹을 수 있는 일을 왜 하겠습니까. 나는 대기업의 CEO를 한 사람으로 내가 이런 일을 안 하면 누가 할 것인가 깊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밀어붙인 겁니다."

-취임 2년이 넘었는데 이제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것은.

"문화와 복지입니다. 그래서 재단을 두 개 만들었어요. 서울의 문화와 복지가 대한민국의 문화와 복지인 만큼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만난 사람 = 최천식 메트로부장, 김진 정치전문기자
정리=정형모.김은하.이원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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