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지 공급 ‘울면 떡 하나 더’ 후유증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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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가장 먼저 불거진 특혜 시비는 공급가격 문제다. 원형지 가격은 주변 산업단지 가격인 3.3㎡당 78만원에서 개발비용(38만원 안팎)을 뺀 수준(36만~40만원)이다. 조성토지 공급가격(50만~100만원)보다 저렴해 특혜 또는 타 지역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러나 조성비를 제외하면 싼 것도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수용권 남용 시비=국가가 수용권 행사로 확보한 땅을 그대로 기업에 넘겨주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헌법 23조 3항에는 재산권은 절대적인 게 아니고 ‘공공의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민간기업의 공장 짓기를 공공의 필요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민간기업에 수용권을 주는 게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헌재는 민간 기업이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개인 땅을 강제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주민들은 2007년 9월 ‘탕정 제2일반지방산업단지’로 지정된 탕정면 일대 토지에 대해 삼성전자가 수용에 나서자 위헌소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수용 주체를 국가로 한정한 바가 없으므로 민간 기업도 수용 주체가 될 수 있고, 산업단지 개발이 공익적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만큼 강제수용 조항을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토지 수용권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 포함)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허용하는 추세다. 결국 민간의 토지 수용권까지 인정되는 마당에 공공기관이 수용한 땅을 민간 기업에 넘겨주는 것 자체를 위헌으로 몰고 가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난개발 문제 없나=민간 기업이 원형지를 마구잡이로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산업단지는 개발 청사진(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개발계획’과 세부 개발계획인 ‘실시계획’이 세워진 뒤 기업에 의해 개발된다. 이 때문에 정해진 땅의 용도와 건축 범위를 넘어서는 마구잡이개발이 원천 차단된다. 하지만 원형지는 개발권을 가진 기업이 개발계획과 토지이용계획, 건축계획을 거의 동시에 세우기 때문에 기업의 의지에 따라 개발면적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 일각에선 기업이 시세차익만 노리고 아파트나 상가를 지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원주인이 돌려달라고 하면?=세종시 개발계획의 수정으로 토지환매청구권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거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세우겠다며 땅을 수용한 국가가 세종시 신안을 마련해 용도를 변경했으니 토지환매청구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주민의 주장이다. 토지보상법 91조에 따르면 수용한 땅이 공익사업의 폐지 또는 변경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되거나 당초 목적대로 쓰이지 않을 경우 ‘환매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용도가 바뀌었다고 모두 원소유주의 환매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개발계획이 부분적으로 수정된 경우나, 경찰서를 짓기로 한 자리에 동사무소가 들어선 경우 등엔 환매가 인정되지 않았다. 정부청사가 들어설 땅은 세종시 전체 부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수용 당시 어느 땅이 정부부처 이전용인지, 기업 유치용인지 구분되지 않아 용도변경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보상비를 내놓고 땅을 가져가려는 원소유자도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보상비를 이미 다른 곳에 썼거나 지역을 떠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충청권에선 세종시 수정을 저지하기 위한 압박카드로 환매청구권을 들먹이고 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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