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기공식 불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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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총재실은 16일 오전 강길부(姜吉夫)건설교통부차관의 전화를 받았다.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姜차관은 전날에도 여의도 당사를 두번이나 방문했고, 김윤기(金允起)장관도 총재실로 전화를 했다.

18일의 경의선 복원공사 기공식에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참석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李총재는 끝내 이들의 방문과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대신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이 "완곡하고 정중하게 초청의사를 거절했다" 고 한다.

李총재는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 등 당 3역을 불러 불참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국정이 총체적 공백상태인데 호화판 전시성 기공식이 적절치 않고 국내 문제가 더 급하다" 고 했다고 한다.

李총재는 "남북간 긴장완화와 안보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도 기공식을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 라고 했다.

이날 때맞춰 당 국방위원회(위원장 朴世煥)는 "경의선 복원공사가 DJ정부가 내세우는 일정과 같이 성급히 다뤄질 문제가 아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李총재의 기공식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진 않았다.

"소속 의원들의 참석을 개인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김기배 총장)" 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李총재의 결심과 달리 소속 의원 상당수가 개인적으로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덕룡(金德龍)의원은 "분단으로 끊어졌던 국토와 민족의 맥을 50년 만에 다시 잇는 역사적 현장" 이라고 했고, 김부겸(金富謙)의원은 "상징적 사건인데 李총재의 불참 결정은 다소 아쉽다" 며 참석하겠다고 했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 손학규(孫鶴圭).남경필(南景弼)의원 등 소속의원(1백33명)의 3분의 1 정도가 기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개인 일정상 참석은 못하지만 "남북교류에 도움이 되고, 군사적인 문제가 있다는 당의 우려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며 "李총재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朴부총재는 최근 李총재의 장외집회 강행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러다 보니 당 일각에선 "한빛은행 사건으로 일사불란하게 정국 주도권을 잡아가던 우리 당이 경의선 문제로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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