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마을 뒤흔든 '돈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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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항만건설에 따라 어촌마을에 배정된 어업보상금이 조용했던 어촌마을을 뒤흔들고 있다.

보상금 배분을 놓고 주민들간에 편이 갈려 2년째 송사(訟事)가 벌어지는 바람에 수백년동안 이웃사촌처럼 살아 온 부락공동체가 무너질 지경이 됐다.

경북 포항시 흥해읍 용한1, 2리. 이곳 주민들은 마을 앞바다의 영일만 신항만 건설에 따른 어업보상이 시작되면서 이해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1999년초 지급됐던 수백억원대의 개인 또는 공동어장 보상금은 생업터전을 잃는 데 대한 댓가이긴 했지만 가난했던 어촌마을을 일시에 풍요롭게 하는 듯 했다.

문제는 99년 4월 지급된 53억원(용한1리), 26억원(용한2리)상당의 마을어업보상금에 대한 배분이었다.

마을어업이란 '마을연안에 생성된 미역.다시마.우뭇가사리 등 정착성 해산물에 대한 어업권' (해양수산부)이다. 이 마을은 이들 해산물에 관한한 지난 수백년간 주민 공동채취.공동분배의 관습을 지켜왔다.

그러나 60년말 어촌마을의 공동체인 어촌계 조직이 단위수협으로 흡수되면서 마을어업 소유권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수협의 하부조직이 되면서 조합출자금 부담을 안게 된 마을단위 어촌계 대부분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취.분배는 관습대로 하되 어촌계원을 절반 정도로 줄였다.

그러나 이번에 보상문제가 대두되자 해양수산부는 이 어업권이 마을 어촌계의 총유재산으로 돼 있는 점을 들어 마을어촌계를 대표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마을내 배분에 대해서는 어촌계 총회의 결정에 맡겼다.

장부상 어촌계 주민과 비어촌계 주민이 각각 5대4 정도인 용한2리의 경우, 장부상 어촌계원들은 비어촌계 가구에 대해 3백만원씩 나눠주고 자신들은 4천5백여만원씩 나눠 갖기로 결정했다.

이에대해 비어촌계 주민들은 바로 보상금 가압류를 신청하고 지분금반환 청구소송을 내 현재 마을마다 5~6회째 심리가 진행 중이다.

비어촌계 주민들은 "장부상 어촌계 주민들이 돈에 눈이 멀어 화목했던 마을을 깨고 있다" 며 관련 출향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소송을 이끌고 있다.

반면 어촌계 주민들은 "곡절이야 어떻든 현행법상 엄연히 어촌계 총유재산인만큼 3백만원씩 떼 주는 것도 인정에 따른 것" 이라며 끝까지 해보자는 입장이다.

일부 주민들은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위해 보상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정부도 문제" 라며 행정편의적 어업보상을 비난하고 있다.

포항〓정기환.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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