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위원장 일행 몸수색 파문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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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 15명은 지난 2일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독일 베를린 쇠네펠트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베를린에 있는 북한 이익대표부에서 시차적응을 위해 이틀을 쉬었다. 金위원장 일행은 4일 오전 7시쯤 서베를린 테겔공항에 도착, 뉴욕행 수속을 밟았다. 이때 큰 짐들은 모두 뉴욕으로 부쳤다.

오전 9시10분쯤 비행기가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했고, 金위원장 일행은 아메리칸항공 창구로 가 환승 절차를 밟았다.

10시30분쯤 일반 승객들을 검색하던 보안 검색요원 두명이 북한 대표단 일행의 차례가 되자 검색을 강화했다. 손가방은 물론 베를린에서 부친 짐까지 열 것을 요구했다. 일행은 또 몸수색을 당했다.

최수헌(崔守憲) 부상(副相)은 "입에 담기 거북한 부분까지 손을 대가며 검색했다" 고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한 대표단은 범죄자 취급을 한다며 항의했고, 보안요원들은 잠시 자리를 떴다가 10분쯤 뒤 다시 나타났다.

보안요원들은 "불량국가 국민에 대해선 예외없이 철저한 검색을 해야 한다는 게 상부의 지시" 라며 검색을 계속하겠다고 우겼다.

조사를 받던 북한 일행은 이같은 내용을 라운지에서 쉬고 있던 김영남 위원장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金위원장은 "그렇다면 탑승하지 않겠다" 며 북한 대표단이 공항에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이같은 승강이로 오전 11시30분 이륙할 예정이던 항공기는 10분이 지난 11시40분 이륙했다.이때 金위원장 일행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항 내 셰라턴호텔로 걸어갔다.

호텔에서 이들은 평양과 연락을 취하며 미국행 비행기 스케줄을 점검했다. 호텔에서 하루를 묵은 일행은 5일 오후 1시25분 뉴욕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이 비행기를 타면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었다. 북한측은 기자회견에서 이를 부인했으나 예약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측으로부터 공식 사과가 없자 이들은 귀국을 결심한 듯 5일 오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언론사들에 통보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 기자가 오전 11시쯤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귀국 결심은 오전 11시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오후 4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일행 9명은 곧바로 오후 5시25분 베이징행 루프트한자 항공기로 귀국길에 올라 6일 평양에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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