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강석호 변호사(김수로)는 꼴찌 학생들에게 “불평만 늘어놓는 찌질이로 살 게 아니라 룰을 뜯어고치는 사람이 돼라”고 주문한다. [드라마하우스 제공]
한국 공교육 현실의 통렬한 풍자인가, ‘1등 지상주의’의 재생산인가. “주입식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외치는 드라마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3류고 꼴찌들을 국내 최고 명문대에 합격시키는 과정을 담은 KBS2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이하 ‘공신’·드라마 하우스 제작)이다.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선(TNS미디어코리아 23.1%, AGB닐슨미디어리서치 21.2%·전국 기준) ‘공신’은 ‘명문대 진학’을 제1 가치로 제시하면서 통렬한 직설화법으로 교육제도의 허실을 꼬집고 있다.
특히 3회에서 수학선생 차기봉(변희봉)이 ‘주입식 교육의 가치’를 강조한 것을 두고 드라마 게시판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창의적 사고력을 요하는 시대에 단순 연산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ID avangte)라는 지적에 “창의력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가능하다”(ID hnives)고 맞붙는 식이다.
◆제대로 된 1등 돼라=‘1등이 돼라, 프로가 돼라’는 ‘공신’의 외침은 최근 대중문화 전반의 ‘1등주의’와 통한다. ‘슈퍼스타 K’(Mnet) ‘에드워드 권의 예스 셰프’(QTV) 등은 경쟁을 통해 최고를 가리는 과정을 중계했다. 아예 공부 자체를 소재로 한 ‘80일만에 서울대 가기’(tvN)도 선보였다. 1등의 비법을 예능화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황금어장-무릎팍도사(MBC)’다. 강수진·안철수 등 각 분야의 최고 프로를 섭외해 ‘성공의 가치’를 감동 코드로 전했다.
‘공신’ 역시 입시교육을 옹호하면서도 ‘1등 이기주의’가 아닌 ‘1등의 가치’에 천착함으로써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차기봉의 입을 빌려 “죽도록 가르쳐서 명문대라는 데 보내 놓으면 뭐 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으면 죄다들 머리가 이상해져 버리는 걸”이라고 비판하는 식이다. “아이들과 같이 보며 공부의 신이 되는 길을 찾아간다”(ID ckfuddl)는 식의 댓글이 줄을 잇는 이유다. 실제로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 분석 결과, 남녀 10대와 40대 시청자 비율이 50%를 넘어 자녀와 학부모가 함께 시청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강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