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사 속출 … 호주 44도 불볕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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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겨울, 지구 전체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 국가들에선 근래 보기 드문 한파와 폭설이 휩쓸고 있는 반면 남반구는 극심한 무더위와 홍수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남반구 일부 지역과 중동·북아프리카 등 적도 지방은 최근 기온이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호주 멜버른에선 무더위로 수백 편의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기온이 44도를 넘어가면서 선로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우로 농촌 가옥 수백 채가 침수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도 최근 폭우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선 홍수로 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반구의 한파와 폭설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 주말 날씨 관련 사고로 2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선 주말 동안 320여 항공편이 결항됐고 독일 북동부 일부 마을은 폭설로 고립됐다. 폴란드에선 한파로 80명 이상이 사망했고 7만여 가정이 이틀째 정전 사태를 빚었다. 온난한 지중해 기후인 스페인에서도 휴교령이 내려져 16만여 명의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전체 곡물의 75% 이상이 냉해로 수확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에서는 난방기 가동으로 전력 소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석탄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가축 1만1000마리 이상이 동사했다.

반면 같은 북반구지만 북극 영역에 속하는 캐나다 북부와 알래스카, 그린란드 지역은 오히려 예년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오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북반구 한파의 원인은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으로 풀이된다. 북극진동은 일정한 주기로 북극 지역의 기압이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올겨울엔 북극의 기압이 예외적으로 높아 북극의 냉기를 차단하던 제트기류를 무력화하고 남하했다는 것이다. 북반구 중위도 지방엔 이 냉기의 영향으로 혹한이 도래했고, 냉기가 빠진 북극 지방은 상대적으로 따뜻해졌다. 폭설은 적도 지역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수증기를 북쪽으로 밀어올려 눈으로 내렸다고 한국 기상청은 풀이했다. 남반구의 무더위와 폭우는 남아메리카 서부 해상 수온이 급등하는 엘니뇨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FT는 이 같은 전 지구적 이상 기후는 유례없는 불균형 현상이라며 “지구의 기후 균형이 깨진 것은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기후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북극진동과 연결되는 대서양진동이 지난해 말 100년 만에 가장 심했다며 이번 현상이 이례적임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 극지연구소의 김백민 선임연구원은 “북극진동이 강해진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이를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결론 지을 근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반구에 이상 고온을 가져온 엘니뇨도 온난화 문제가 제기되기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라며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돌리는 것을 경계했다.

이충형·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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