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산책] 예술작품 방불케 하는 프랑스 고속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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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 정부의 세심한 정성과 예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이 담겨 있다. "

완공 단계에 이른 프랑스 남부 발랑스와 마르세유를 잇는 2백50㎞짜리 신설 'TGV 지중해선(사진)' 이 그런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내년 6월 이 철도가 개통되면 우리나라 경부선에 해당하는 파리~마르세유(약 7백㎞)구간을 단 3시간(현재는 4시간20분)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철도에 대한 찬사는 그런 실용성 때문에 쏟아지는 게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로방스 지방의 자연경관과 고가철도.교량.역사(驛舍)등 시설물들이 절묘하게 어울리는데다 예술작품을 방불케 만들어 놓은 철로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이 노선 건설은 원래는 골칫거리였다.

1990년대 중반 입안단계에서 토지 소유주들과 자연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론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는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환경친화적인 철도를 건설하겠다" 고 약속했다. 그리고 TGV 건설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 건축전문가들을 설계에 참여시켰다.

75개나 되는 건축설계회사들이 자문에 응했고 최종 3개 건축설계회사가 책임을 맡았다.

이들은 프랑스국철(SNCF)의 TGV 전문가들과 시작단계부터 철저히 협조하면서 첨단기술과 건축미학을 접목시키는 데 정성을 다했다.

그런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2백50㎞ 구간의 단순한 철로가 아니라 5백개에 이르는 고가철도와 교량.터널 등이 조화를 이룬 하나의 '예술작품' 을 일궈낸 것이다.

설계팀은 또 그 5백개의 시설물 하나하나에 아티카 또는 토스카나 양식의 미학을 담았다.

그뿐 아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철로 주변에 1백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건설비용은 2백50억프랑(약 3조8천억원)이나 들었지만 이를 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는 모두가 이 아름다운 철도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아비뇽 교외에 만들어진 TGV 지중해선 안내센터에는 이미 8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모두들 프랑스 정부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친화적 철도를 만들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켰을 뿐 아니라 이 철도를 관광자원과 문화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게 했다.

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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