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세일중… 올들어 내국인 관광객 줄어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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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주에서 사이버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한 여름철 장사를 망친 데 이어 '반짝'특수가 예상됐던 추석 연휴마저 예약이 끊겨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그는 지난해 여름 하루평균 15건의 실적을 올렸으나 올 여름엔 10건에 그쳤고,추석연휴 때는 하루에 2~3건밖에 못했다.

◆ 제주관광 비상='한국관광의 1번지'로 불리는 제주도에 비상등이 켜졌다.외환위기 직후 회복세를 보이던 관광객이 경기침체와 항공료 인상에 따른 경쟁력 하락으로 6년 만에 다시 줄기 시작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을 357만여명으로 집계했다.지난해보다 7만5000여명이 준 수치다.내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제주도의 경쟁 관광시장인 태국.중국 등지 아시아권을 찾는 우리 국민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 추락하는 제주=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아시아권 국가를 찾은 한국인은 조류독감.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의 영향을 받던 지난해 1~8월만 전년 동기보다 7% 줄었을 뿐 매년 20~4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올해도 1~8월 아시아권 출국자는 413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0%나 늘었다.

"'외국이 제주도보다 비용이 싸게 든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관광객들이 제주에 등을 돌리는 추세"라는 게 제주도관광협회의 분석이다.

지난 7,8월엔 국내 두 항공사가 국내선 항공료를 8~13% 올려 제주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렸다.

현재 1인당 관광비용(항공.숙박.입장료 등)은 고가 상품의 경우 동남아(태국.5일기준)가 50만원 정도인 반면 제주도(3일 기준) 는 35만원 정도다.하루평균으론 태국(10만원)보다 제주도(11만5000원)가 더 비싼 것이다.9월 한달 제주에 온 관광객은 34만여명으로,지난해 9월보다 또 1만여명이 줄었다.

◆ 할인경쟁=도내 22개 렌터카 회사는 대여료를 20% 이상 낮추는 등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민속자연사박물관은 지난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1370원(어른 기준)이던 입장료를 1100원으로 낮췄다.제주시는 목관아(牧官衙) 입장료를 1000원으로 34% 인하했고, 서귀포.남제주군 직영 관광지도 입장료를 최대 25% 내렸다.라마다프라자제주 등 특급호텔은 25~30%까지 요금을 낮추고,잠수함으로 해저 비경을 보여주는 대국해저관광㈜도 승선료를 연말까지는 10%를 내려 받는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막연한 비용 기준으로 제주가 동남아 시장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데다 반복되는 항공료 인상으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근본적 문제개선을 위해 경쟁 지역과 정밀하게 비교분석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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