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장애인이 쉽게 쓰는 IT 신기술 거대 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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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올해는 정부가 ‘장애인의 날’을 제정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 그새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는 꾸준히 확대돼 왔다. 덕분에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한몫 보태는 게 정보기술(IT)의 발전이다.

불의의 사고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이상묵 서울대 교수는 IT 보조 기기의 도움으로 다시 강단에 설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영씨는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 주는 ‘스크린 리더’를 활용해 방대한 양의 시험 교재를 소화해 낼 수 있었다. IT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애 극복’ 사례들은 아직 드물다.

‘사회적 장애론’에 따르면 장애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차원의 문제다. 장애인이어서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IT 접근성(Accessibility)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문제다. 흥미로운 점은 접근성 보장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강해지면서 접근성 기술이 IT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재활법 508조’를 통해 웹 접근성 제고를 위한 16개 지침을 정해 모든 연방정부 사이트 및 정부 조달 시장에서 접근성 준수를 강제화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정부 사이트가 국제 웹 접근성 표준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 도메인(gov.uk)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들 국가의 정부는 글로벌 구매력을 무기로 전 세계 IT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백악관 정책차관보를 역임한 강영우 박사는 “광의로 보면 미국 인구의 20%가 장애인이어서 미국은 IT의 엄청난 잠재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접근성 보장을 제품 개발의 주된 철학으로 삼았다. 지난해 가을 출시한 윈도7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시력에 맞게 해상도를 설정하는 기능과 화면의 특정 부분만 확대할 수 있는 기능 등 접근성을 대폭 강화했다.

접근성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기업의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접근성 준수를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건 근시안적이다. 장기적으로 발생할 이익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성을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김 제임스 우

김 제임스 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jameskim@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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