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왜 역전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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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장기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1일에도 장기 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 아래로 떨어지는 금리의 역전 현상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오는 7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확산돼 채권시장에선 장기 채권에 대한 투기조짐까지 일고 있다.

◆가파른 장기금리 하락세=국고채 금리는 지난 8월 한은이 콜금리를 전격 인하 뒤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한은의 금리 인하 후 은행이 앞 다퉈 예금금리를 낮추자 시중 자금은 은행을 떠나 투신으로 대거 이동했다.

투신은 경기 침체 속에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나 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를 사들이기가 부담스럽자 안전한 국고채와 은행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당연히 이들 금리는 급락했다.

추석을 앞두고 잠시 주춤했던 국고채 금리의 하락세는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다시 이어졌다.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추가로 낮출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에는 장단기 금리의 대 역전극이 벌어졌던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단기적으로는 한은의 콜금리 추가 인하 여부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한투신운용 이병렬 채권운용팀장은 "시장에서 콜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팽배해 있다"며 "한은이 금리를 예상대로 낮춘다면 장기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가겠지만 금리를 동결한다면 반등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장기금리는 내림세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동부증권 신동준 연구위원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기업 자금수요도 많지 않아 돈은 금융권 주변을 계속 맴돌 것"이라며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한 데다 채권시장 주변에 자금도 풍부하기 때문에 장기금리는 하락흐름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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